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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시간 영원한 생존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5월 03일 16:27분458 읽음
진시황의 마지막 야망은 영원한 생존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진시황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인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의식을 갖고 있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원을 꿈꿉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죽음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종은 인간이 유일해보이며 또 그것이 인간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바다 속 깊은 곳에 인류보다 더 뛰어난 문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과학적 자료를 보면 인간만이 삶과 죽음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 진시황은 중국을 재패한 후에 불로초를 찾아 헤매며 죽지 않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만약 진시황의 불로초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인류는 더 이상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존재가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약초를 찾지도 못했을 뿐더러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이른 현대에 와서도 아직은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언젠가 탄생의 문을 열고 세상에 들어왔듯이 죽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의학과 생명공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포단위에서 노화가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다시 젊게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수준이 되었으며 미세한 로봇이 인체의 장기를 새롭게 만들어 노후화된 부분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뇌과학은 한발 더 나아가서 매트릭스나 트랜센던스 같은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우리의 뇌를 데이터화시켜 컴퓨터에 다운로드하여 몸은 사라져도 뇌에 남아 있던 정신세계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았을 때 언젠가는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어느 순간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시간을 100년이 아니라 영원하게로 바뀔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진시황이 이루려 했던 불로초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우리에게 행복은 더 가까이에 있게 될까요.

사람이 태어나면 유한한 삶을 살지만 그 기한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 100년 이내에 시간은 끝나지만 하루하루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우리는 주어진 시간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 속에서 지내다가 어느 순간 한계를 체감합니다.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몸은 태어나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성장을 멈추고 노화가 진행되지만 정신이나 마음은 시간의 한계를 체험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성숙의 단계에 접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우리는 욕망을 기반으로 삶을 가꾸어 갑니다. 의식주처럼 기본적인 욕구부터 안정과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등의 활동이 욕망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러나 욕망은 점차 시들고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여 재정비하는 시기가 오는데 암을 진단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그러한 변화를 겪습니다. 시간이 무한정하지 않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변화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종착점이 없다면 우리는 욕망만이 작동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삶은 의미가 없어지고 무미건조하게 영원의 시간 속에 있게 될 것입니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영원 속에서 가치를 잃어가고 마음의 변화도 점차 사라져 기계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됩니다. 암환자 중에 어떤 이들은 이 역설적인 진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주어진 생이 소중하여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되어 꽃이 피고 서서히 알록달록하고 푸르른 색으로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스럽습니다. 미세머지가 없는 날이면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산책을 나섭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와 피부에 닿을 때면 활력과 생명력을 느낍니다. 주변의 오가는 이들에게 미소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활력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기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삶의 기쁨은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추억과 그리움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일전에 미국의 의사들에게 설문 조사를 통해서 마지막 순간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그 질문 중에 이러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죽고 싶습니까?’ 이에 대하여 1위를 차지한 미국 의사들의 답변이 암이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적혀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암과 투병하는 일이 힘들고 끝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그나마 다른 질환이나 사고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열심히 치료를 받으며 관리한다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절망 속에 있지만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죽겠다는 각오로 투병을 하다 보니 다시 건강해졌다는 어느 암환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행여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마지막 순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영원히 살겠다는 생각도 결국은 우리 인간의 허황된 욕망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만약 그 꿈이 실현된다면 행복에 이르는 길이 더 짧아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더 멀어지는 것일까요.

월간암(癌)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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