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지구를 살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삶의 양식, 비건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3월 08일 17:46분1,940 읽음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몸에 나타난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은 계속해서 불편한 신호를 보낸다. 머리는 무겁고 가끔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는 매끄럽지 못하고 발진이 나타날 때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호흡이 불편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병은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아도 괜찮다는 답변만 듣곤 한다. 이렇게 우리가 알 수 없는 증상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십중팔구 음식의 영향이 크다.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음식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그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인데 면역체계가 작동하면서 몸에 발진을 유발한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면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하는 장면이 리얼하게 묘사된다. 호흡기를 통해서 복숭아의 털이 들어가서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장면이다. 영화 속 인물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 아주 드물지만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유나 치즈 등의 음식을 섭취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데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몇 년 전 어떤 초등학교에서 있었다. 우유알레르기가 있던 학생이 급식으로 나온 카레를 섭취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는데 골든타임을 놓쳐서 결국 사망했다.

이 뿐만 아니라 피부발진, 즉 아토피가 있던 청년인데 어렸을 때는 아무거나 잘 먹으라는 부모님의 교육 덕분에 무엇이든 잘 먹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토피는 떨칠 수 없었다. 어른이 된 후에 스스로 터득한 식습관으로 피부발진을 줄일 수 있었다. 그가 터득한 식습관은 다름 아닌 채식이다. 고기를 아예 섭취하지 않고 한 달 정도 생활하니 자신의 아토피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하게 되었지만 고기에 대한 미련도 버렸다. 채식을 하니 자신이 그 동안 앓아 왔던 아토피뿐만 아니라 정신은 맑아지고 오히려 체력도 늘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급식 체계에서 채식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단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즉 군대에서 채식만 하는 병사는 급식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입대할 때 신상명세서에 자신이 채식만 한다는 내용을 표시하면 비건 식단을 제공받게 되었다. 채식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으며 누구나 그 문화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그에 맞는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채식과 비건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채식은 말 그대로 음식에 초점을 맞춘 단어인데 비건은 음식과 문화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돼지와 소와 같은 육류와 닭고기 등의 가금류를 금하는 부류는 페스코(Pesco), 페스코에 더해서 생선까지 금하면 락토오보(Lacto-Ovo), 락토오보에 더해서 계란이나 매추리알과 같은 식품 섭취를 하지 않으면 락토(Lacto), 계란이나 매추리알 등의 식품은 섭취하지만 우유와 같은 유제품 섭취를 금한다면 오보(Ovo) 그리고 아예 채식만 한다면 비건(Vegan)이다. 비건 중에서도 오직 채소만 섭취하며 과일은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래의 그림은 비건의 종류를 쉽게 보여준다.

이미지: 한국비건인증원


비건이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의식주 모두를 포함해야 된다. 그래서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을 거부하거나 화장품이나 비누 등을 만들 때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엄격함이 필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감성이 모여야 문화가 형성된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적으로 비건은 문화로써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비건 문화의 근본에는 윤리적 요소가 제일 크다. 동물을 보호하고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문화가 생기고 상품과 소비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목적은 온전히 고기를 얻기 위함인데 이렇게 가축 사육으로 만들어지는 온실 가스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동차 내연기관이나 화력발전을 위하여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지는 오염물질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모든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육류를 소비한다면 결국 환경오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비건 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고 있는데 현재 알려진 통계를 보면 전세계 인구의 1% 정도가 완전한 비건이며 미국의 경우 3명 중 2명 정도가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지구의 환경을 생각했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채식을 하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희망적이다.

고기에 대한 대체 식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보통 고기는 가축을 도살해서 얻는데 야만적이고 잔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건 인구를 늘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식물의 단백질을 이용해서 고기의 맛과 식감 그리고 영양분까지 아우르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더 발전해서 텃밭에서 야채를 가꾸듯 식탁 위 접시에서 고기를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제 고기는 전통적으로 가축을 키워 잔인하게 도살을 한 후에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시대는 지나갈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멤피스미트(Memphis Meat)라는 회사에서는 배양해서 섭취할 수 있는 세포기반의 고기를 선보였다. 닭고기, 오리고기 등의 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만 만드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축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양육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이 회사의 추이가 주목된다. 식량위기가 미래에는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이러한 신기술은 안전한 먹거리에 더해서 식량위기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단순한 채식주의자보다는 비건으로서 생활하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우리 지구는 더욱 맑고 깨끗한 환경으로 변모할 것이다. 고기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의 성향이 폭력적이라는 연구도 주목해 보자. 그리고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다른 곳에 쓰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아프리카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많으며 그 피해는 대부분 어린이나 노약자가 짊어지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기부금을 모아서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다 해도 근본적인 식량 생산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요원할 뿐이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기부금을 모아 기아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도와왔다.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비건이 많아질수록 그러한 변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월간암(癌) 2021년 3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sarang@cancer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