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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동행 21년, 삼중음성유방암 변이를 극복하면서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3월 03일 13:53분7,529 읽음
김정임 | 1957년생, 유방암

2000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 병기는 유방암 2기B였는데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만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20년 넘는 세월동안 전이와 재발의 풍랑을 겪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나는 암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있어서 순진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나는 40대 중반이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며 다복하게 살고 있었다. 암이라는 말에 충격은 있었지만 그 병이 당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자라고 결혼을 하여 농사일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며 아이들을 낳고 키웠다. 일상은 평범했고 힘든 농사일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나 두 번째 암이 재발할 즈음 집안에 여러 일들이 있었다. 시어머님의 상을 당했고 창고에서는 불이 나서 일 년 동안 농사지은 물건들이 모두 불에 타서 한 순간에 재가 되었다.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 몸 속에서 잠자고 있던 암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나는 암이 재발하여 다시 암환자가 되었다.

정기 검진을 받으며 병원을 다녔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도 넘기면서 그 병을 잊고 있었다. 12년이 흘러 집안에 어려움이 닥치자 바로 암은 재발했고 가슴과 가슴 사이 흉벽으로 전이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추에도 전이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처음 암수술을 했을 때처럼 병원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흉벽과 요추로 전이된 암은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로 조절할 수 있었다. 최신 의술을 받아 암 크기는 줄어들었고 다시 건강을 회복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2012년 재발한 이후 충실하게 치료를 받았고 몸 상태는 점차 예전으로 돌아갔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013년 6월부터 2017년 봄까지 4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아로마신과 조메타와 같은 경구용과 주사용 항암제를 병행해서 치료를 진행했다. 물론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몸 관리를 하였지만 오랜 기간 같은 항암제를 사용한 탓인지 간 낭종에 변화가 생겨서 약을 바꿔야 했다. 풀베스트란트란 약으로 변경하여 약 6개월간 치료를 진행했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몸과 마음에 변화가 생겼는지 몸은 무기력해졌으며 마음에도 우울증이 왔다. 그 기간 동안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NC요법을 같이 진행했는데 14번 정도 시술 후에 비용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암과의 투병은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경제적 부담 앞에서 결국 NC요법을 중단했다.

치료와 검사는 내 인생에서 한 부분이 되었으며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다행히 큰 위험 없이 일상을 지낼 수 있다는 점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2000년 유방암, 12년 후 2012년 재발과 전이, 그 후로 계속된 치료……2019년 6월까지는 그랬다. 그날도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가 끝나고 담당의사는 보호자로 같이 왔던 딸만 잠시 남고 나에게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진료실 문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의사가 딸에게 1년 정도 남았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얼핏 듣고야 말았다. 암이 삼중음성유방암(TNBC)로 변이되었다는 검사 결과와 그 정도의 여명이 남았다는 소견을 딸에게 전했던 것이다. 나는 이제야 끝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담담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까지 딸은 그날 담당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내가 충격을 받을까 걱정되어서 일것이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탁셀이라는 항암제를 저용량으로 1주일에 한번씩 3주 맞고 1주 쉬었다 다시 3주 맞고 1주 쉬는 식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총 11사이클, 그러니까 33회 주사를 맞았다. 2020년 5월까지 진행된 항암치료였다. 머리털이 빠지고 손발톱은 검게 변하고 또 손발은 저리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탁셀 치료가 끝난 지금이야 머리카락은 다시 나서 더욱 수북해졌지만 손발 저림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탁셀 저용량으로 진행했던 항암치료는 나를 너무나도 힘들게했다. 고민 끝에 담당 의사를 만나 힘든 항암치료에 대해서 토로하니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다. 나는 항암치료를 잠시라도 중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뻤다. 그리고 방사선과를 찾았다. 방사선과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의 치료 경과와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더니 현재 암이 퍼져 있는 부위가 넓고 전에 많은 횟수의 방사선 치료를 했던 곳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신다. 결국 방사선 치료를 진행할 수 없었다. 치료과정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가 진행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부작용이 생겼다. 피부발진, 소화불량, 손발 저림 등등 약이 작용하면서 생기는 증상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담당의사는 각각의 증상에 맞는 약들을 처방해주었는데 말 그대로 약을 한보따리 싸들고 집에 올 때도 있었다. 피부에 바르는 연고, 소화제, 이뇨제 등 알 수 없는 수많은 약을 복용했는데 항암치료를 지속하기 위한 처방이었다. 항암치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내 마음도 불안해서 걱정이 많아졌기 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고 충실하게 치료를 받았다. 탁셀 저용량 치료가 끝나고 2020년 11월 젤로다라는 항암제를 처방 받았다. 이 약을 복용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암보다는 약으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 수 없는 증상이 생겼다. 아마도 약의 부작용일 것이다. 계속 약을 바꾸면서 나는 그때마다 새로운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평생 항암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나는 절망했다. 암을 진단 받고 지금까지 치료와 검사를 20년 넘게 받고 있는데 이 생활을 계속해야 된다니 마음은 울적해졌다.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내 동생도 오랜 동안 폐암과 베체트병을 앓고 있었다. 동생은 나와 달리 성격이 개방적이라 병원에서 받는 치료 외에도 많은 방법들을 알아보고 시도했다. 나는 병원에서 해주는 치료만 믿었기 때문에 동생이 같이 해보자는 것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곤 했다. 그러나 고주파치료나 비타민C요법과 같은 것들은 동생과 같이 병원에 들러 시술을 받곤 했다.

얼마 전 동생은 새로운 방법을 찾다가 쏠투비 운모가루를 알게 되었다. 자신도 복용하면서 내게도 권했는데 그런 방법들에 대해 반감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절했었다. 동생은 자신의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진다면서 나에게 끊임없이 관련 정보를 알려 주었다. 그 중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어떤 췌장암 환자의 이야기를 동영상 사이트에서 보게 되었다.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다는 그분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서서히 움직였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다는 말에 솔깃했다. 한약으로 허가받은 품목이므로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결국 나는 그 약을 처방 받아 섭취를 시작했다. 작년 12월 13일의 일이다. 나의 처지에서 비용은 만만치 않았지만 도움이 되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최근 올해 1월 8일 CT 촬영을 하였다. 쏠투비 운모가루를 복용한지 27일째 되는 날이었다. 결과는 암의 크기가 감소하였으며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변이가 되어 1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말에 담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끝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했지만 암이 줄었다는 소견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편안하게 치료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복용하면서 암에 변화가 생겼지만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우울감이 사라지고 밤에 잠자는 것이 너무 편안해졌다. 그 사실만으로도 내게 좋은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 항암 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은 나를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했다. 결국 남은 1년도 이렇게 약만 맞고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며 다리 뻗고 편안히 잠 한 번 못자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 검사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알게 되었다.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삶의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다.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이던 나는 그 시간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싶었다. 그 바람이 그다지 큰 욕심은 아닐 것이다.

고통스러운 항암제와 부작용에서 벗어나 다시 집안일을 하고 농사일을 거들면서 아이들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쏠투비 운모가루는 그러한 나의 바람을 이루어 주는 방법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다음 검사에서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3개월 후에 그 결과를 받아 들고 더욱 강해진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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