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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하인리히 법칙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4년 12월 31일 18:26분142,950 읽음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진료외래교수/ 진영제암요양병원장

세월호 참사 이후로 하인리히 법칙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고와 관련된 수많은 작은 사고의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미국의 보험회사 트래블러스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1931년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밝힌 법칙으로 1:29:30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여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산업재해로 중상자가 1명이 발생하면 그 중상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비슷한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이 생겼고, 또 비슷한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했던 사람, 즉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 말을 다시 하면 큰 재해가 오기 전에 분명히 작지만 경고의 메시지가 오고 그 작은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할 때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과 유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삶은 개구리 증후군'도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으로,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랑스에 가면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 식탁 위에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손님이 직접 보는 앞에서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 둔다. 그러면 개구리는 기분이 좋아 가만히 엎드려 있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버너의 불이 냄비의 물을 데우기 시작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가열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기분 좋게 잠을 자면서 죽어가게 된다. 변화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에게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삶은 개구리 증후군(The 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암에 걸렸다면 누구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나면 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종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암이 드디어 완치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삶은 개구리 증후군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암이란 몸 밖에서 암세포가 침범해 온 것이 아니라 내 몸속의 정상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암이라는 잘못된 성질의 세포로 변형된 것이다. 그걸 도려내고 말리고 태웠다고 만사 해결된 걸로 생각하면 너무나 큰 착각이다. 왜 암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암이 초래되는 원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즉, 스트레스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만,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다 보니 그것이 스트레스라고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우리의 의식은 스트레스를 자각하지 못하지만 몸속에서는 스트레스호르몬이 계속적으로 과다 분비되어 신진대사를 교란하며,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질병을 초래한다. 암도 그 중의 하나이다.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중에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부부간의 갈등이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이었지만 이제는 원수지간이 되어서 등을 돌린 경우라면 차라리 나은 편이지만, 상대가 왜 그러는지 안타까워하든지 못마땅해 하든지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문제이며, 해결할 수 없는 갈등으로 가슴 속에 계속 화를 키워 가고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내가 처해져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달렸다. 그러기에 최빈국인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최고 수준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면 60억 개의 다른 성격이 존재한다.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이다.

일란성 쌍생아도 서로 생각은 다른 법이다. 하물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성격이 다른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고,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는 것 자체가 비극의 시작이다. 부부의 성격은 다르고,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전혀 다르다. 심지어 2~30년을 다른 혹성에서 살다 왔으니 언어표현 방법도 완전히 다르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서 성격차를 논하고 갈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결혼 초기에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하는 감정으로 모든 문제점들이 극복될 수 있지만, 사랑의 감정이 식을 즈음이면 서로의 이질성이 점차 크게 부각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르므로 동질성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한한 이해와 양보만이 두 사람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상대의 언행에 섭섭해 할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일부러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고, 같은 생각일지라도 표현하는 언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을 미리 예상하고 있어야 하며, 상대의 표현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그리고 암의 투병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은 필수이다. 이 욕심이라는 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욕심도 포함한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암이 오기도 하고 암이 치유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밝고 활기차게 살도록 해야겠다. 한 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즐겁고 밝게 생활한다는 것은 방탕하거나 문란한 생활을 하거나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해도 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즐겁게 생활한다며 고기파티를 하고, 술도 마시고, 노래주점에 들어가 폐쇄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거나 간접흡연을 하면서도, 엔도르핀이 많이 나와서 암 치유에 도움이 될 걸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려 들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두 번째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몸이 마치 슈퍼맨이나 되는 양 착각하고 있다. 아무리 나쁜 음식, 물, 공기를 넣어도 몸이 알아서 척척 잘 처리해 줄 거라 믿는다. 물론 타고난 건강 체질이거나 젊었을 때에는 신진대사가 원활해서 우리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독소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오랜 세월 거대한 독소에 시달리다 보면 제 아무리 슈퍼맨 체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마침내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해독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어서 평생을 말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있으며, 너무나 건전하게 관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질병에 시달리거나 단명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런 차이는 타고난 유전자의 차이이다. 유전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술과 담배를 많이 해도 괜찮은 사람이 있으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저마다 타고나는 유전자는 다르므로 내 부모나 형제, 자매가 건강하다면 나도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났을 확률이 크지만, 그렇지 못 하다면 아직은 괜찮지만 곧 건강이 나빠질 예상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자기의 체질에 맞게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흡연, 감염, 비만, 휴식부족, 수면부족, 운동부족, 음주,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바로잡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스트레스 관리, 올바른 식습관, 금연,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을 통해 몸을 조금씩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현대의학적인 치료의 부작용을 경감시킬 수 있고, 완치를 앞당길 수 있다.

이 올바른 생활습관은 평생토록 유지해야 한다. 워낙 우리가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오랫동안 해 온 탓에 좋은 식사와 생활습관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몸도 건강해지고 올바른 생활습관이 익숙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이제는 불편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완치의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월간암(癌)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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