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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 먹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②
김진하 기자 입력 2014년 06월 30일 18:06분277,104 읽음
주형욱 | 서울SN재활의학과병원 원장

아마 의사들이 타성에 젖어 오히려 그 한계를 더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2005년도에 미국 의사고시를 보려고 공부했던 생화학책을 2009년도 영양의학을 접하면서 다시 펼치게 되었습니다. 영양에 대해 잘 배워보지 못했고(의대 커리큘럼에 아주 작은 시간만 배정되어 있습니다) 질환이 생기게 된 시작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의학이 인체의 신비에 대해 밝혀낸 것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다시 공부하면서 그 10%안에 우리가 밝혀낸 인체의 메커니즘에 대한 대단한 발견 중의 하나가 단지 외우느라 힘들고 짜증 나게 했던 생화학이었고 그동안 간과했던 비타민과 미네랄, 효소 등이 그곳에 있더군요. 그러면서 영양을 다루는 의학이 일반적으로 인식되어 오는 비과학적인 분야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분야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고 100년간의 의학의 주류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의학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려는 보완 대체의학이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영양의학입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토양과 공기는 50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오염되어 있고 따라서 우리가 먹는 먹거리도 오염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에도 이미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은 권장치에도 못 미치고 지금 먹는 사과와 시금치는 이미 예전의 교과서에 나오는 사과와 시금치가 아닙니다. 이로 인해 몸의 메커니즘이 깨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들 중 하나가 만성피로, 통증과 염증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항생제와 진통제, 호르몬을 쓰는 대증요법(증상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나 이 과정에서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간과하고 무턱대고 계속 쓰게 되면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깨어진 메커니즘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효소가 보충되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보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농약을 치지 않고 좋은 물을 뿌리고 천연비료를 써서 키운 채소를 2접시씩 매일 먹고 그런 과일만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비타민이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고 암 발생률은 증가시킨다는 논문들이 있습니다.

그 논문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문제점들이 꽤 보입니다. 우선 그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논문의 대부분이 meta analysis(메타분석)을 통해 만든 논문입니다. 메타분석은 직접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여려 편의 논문들을 모아 분석한 것입니다. 기존의 논문들을 정리하고 가설이 아니라 정설로 가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으나 대상자들의 환경을 똑같은 상황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똑같은 영양제에 똑같은 용량을 똑같이 복용하는 똑같은 환경 내에 있는 환자군을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요. 또한, 분석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통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게 됩니다. 아예 나는 이런 결론을 내겠노라고 어떤 목적을 갖고 이 분석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논문의 경우에는 그 목적과 반대되는 결론은 빼버리기도 합니다. 그게 안 되면 통계의 유의수준을 조절해서 목적과 부합되게 조절한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논문들이 비타민의 우수성을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 몇몇 논문이 충격적인 추론을 내게 되면 언론에서도 그런 기사는 이슈화되고 대중의 이목을 끌게 되기 때문에 좋아하겠지요.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논문 중의 하나가 2007년에 발표되었던 한 덴마크산 논문입니다. 코펜하겐 쇼크라고도 알려진 2007년 2월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소개된 논문입니다. 제목은 <일차 이차 예방목적으로 항산화 보조제를 사용한 연구들에 나타난 사망률>입니다.

먼저 이 논문의 결론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1)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을 함께 사용 시 평균 5% 이상 사망률을 높인다.
2) 따로 복용 시 비타민 A는 16%, 비타민 E는 4%, 베타카로틴은 7%로 평균 사망률을 높인다.
3) 비타민 C는 영향 없다.
입니다.

이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얼마 후에 한국 언론에서는 “항산화 비타민제 사망률을 높일 수도”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고 그 내용은 항산화 비타민제는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을뿐더러 건강에 독이 될 수 있고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이고, 자연물(음식)에 들어있는 천연비타민은 건강을 지키나 건강보충제로 만들어진 합성비타민은 독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참 섬뜩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보충제를 꾸준하게 복용하신 분들에겐 더더욱 쇼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논문을 들여다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가 임상실험 논문이 아니라 과거의 논문들을 단지 분석해서 내놓은 논문이란 점입니다. 이게 위에 언급해드린 메타분석입니다.

두 번째는 실험대상의 선정에 있어서 질병치료 목적으로 한 대상은 제외시켜 버리고 건강한 사람이나 질환을 가진 사람이 예방을 목적으로 한 경우만 포함시켰습니다. 그 의도는 그들만이 알 뿐입니다.

세 번째는 사망이 만성질환으로 사망하던 자연사, 타살, 자살이든 구분하지 않고 그 원인도 논문에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즉, 보충제를 먹다가 타살을 당하던, 갑자기 원인 모르는 급사를 당하던 다 같은 사망률에 포함되어 있고 보충제로 인한 사망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점입니다.

네 번째는 연구대상의 연령이 균일하게 분포되지 않고 노령인구가 많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18세부터 103세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18세의 사망률과 103세의 사망률을 비교한 셈이지요. 어이가 없습니다.

네 번째는 항산화제 투여기간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 한차례 투여하고 3개월간 관찰한 논문도 있고 6년간 투여하고 14년간 관찰한 논문도 있습니다. 이것이 메타분석의 문제점중의 하나입니다. 상식적으로 이 두 논문은 비교 대상으로 넣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는 비타민 E 투여 기간 및 용량도 동일하지 않고요. 10단위 투여한 것도 있고 5,000단위 투여한 것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회사의 어떤 류의 비타민을 투여했는지도 없고 다 다릅니다.

여섯 번째, 위를 바탕으로 한 1차 통계에서는 오히려 사망률의 차이가 없었는데 저자들 나름대로 잣대로 저편견군 VS 고편견군으로 나누어 위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그렇게 통계를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비타민 C와 셀레늄은 10% 이상의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들 뜻과 상반되므로 논문의 결론에서는 빼버립니다.

위의 논문은 ‘비타민 C, 항산화제는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라고 달아도 좋을 정도라고도 합니다. 저의 견해는 이 논문은 비타민 보충제가 좋고 나쁨을 떠나 메타분석의 한계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발표된 오메가 3가 전립선암을 높인다는 논문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이런 논문들을 언론에서 하나하나 검증하고 보도를 할까요? 아니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니 그냥 여과 없이 발표할까요?
또한 이런 논문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검증할 수 없을뿐더러 그럴 시간도 대부분 없으시며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보충제를 드시는 분들은 없으실 겁니다.

결론은 내어야 할 때가 왔네요.
현재 환경은 오염되어있고 필수 영양소는 많이 부족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밭을 일궈서 농약 안 치고 유기농으로 재배할 자신이 있으시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연에 가까운 좋은 원료로 된 비타민 보충제를 드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차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간암(癌)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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