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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시]직녀에게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04월 05일 20:14분878,165 읽음
직녀에게
황인상
당신을 처음 만난 날부터
나의 마음에는
알지 못할 줄 금이 하나씩 생기더니
신기하게도 그림이 되었습니다하루에 하나씩 그려지고 그림 속
당신을 쳐다보는 나의 모습이
웃음 가득하였습니다하지만,
만날 수 없던 날에 그려진 그림 위에는
찌푸린 외 구름 하나 떠 있어
아래로 추적추적 비 한줄기 그려 넣고
빗속에 나를 그려 넣어
그 비를 오래도록 맞았습니다우울한 어떤 날엔
의외로 단조로운 곡선들만 만들어져
조그만 뜰에 앉은
당신의 창백함만 그리고 말았지만
마음내키지 않아
당신의 음성과 웃음으로 채색하고
조용히 붓을 놓았을 땐
처음과는 달리
마냥 청순한 수채화였습니다그런 그림들을 숱한 날 그리고 모으다가
습관되이 쳐다보던 하늘 한복판에
은밀한 화방 하나 차렸습니다그림 속의 당신이 뛰쳐나오시며
나를 부르는 날
마침내 당신
혼자만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열겠습니다보세요
당신이 그린 내 마음이 세상 가득
걸렸습니다월간암(癌) 200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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