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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 송이 꽃이 될까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01월 26일 20:05분878,155 읽음


하루비_대구에서 태어나 소설 <꽃잎의 유서>를 냈고 최근에는 <경상도 우리 탯말>을 공저 출판했습니다. 소설을 쓰며 소소한 삶의 이야기도 잔잔히 그려내는 소설가입니다.


프랑스의 화가로 '만종'을 그린 밀레를 아실 거예요.

밀레는 젊은 시절 너무 가난해서 그림공부를 못할 정도였다고 해요. 어느 날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친구인 루소가 찾아와서 밀레에게 그의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고 전합니다. 밀레는 무명화가인 자신의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나 반가워서 정말이냐고 물었지요.

루소는 그 사람이 바빠서 자신이 대신 해서 사려 왔다고 말하곤 삼백 프랑을 주고 그 그림을 사갔답니다. 삼백 프랑이면 당시로는 큰돈이었으므로 밀레는 가난에서 벗어나서 그림공부를 열심히 하여 드디어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어요.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밀레가 루소의 집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루소의 집 거실에 옛날에 팔았던 <접목하는 농부>란 그림이 걸려 있었지요. 이같이 루소는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밀레를 도와  주었던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처지가 되면 이런 식의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생각으로만 머물면 안 되는데... 꼭 물질적인 것만이 도움은 아니지요. 배고픔뿐만이 아니라 마음이 고프거나, 영혼이 고프거나 머릿속이 고플 때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테지요.

어제는 우연찮게 전주로 짧은 여행을 떠났었는데 거기서 만난 한 분의 말씀이 잊히지 않아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라. 돈을 쫓아가면 돈이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덕을 따라가다 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오더라.”

성공을 하여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의 말이라 왠지 더 귀에 와 닿았던 것 같군요. 그리고 서울로 달려 온 새벽 기차역에서 그러셨죠.

“나이가 들면 피부도 몸도 영혼도 말도 두꺼워져. 자신의 몸과 영혼이 두꺼워지게 방치하면 안 돼. 당신은 작가니까. 자신을 돌아보고 몸이든 영혼이든 항상 촉촉한 섬세함을 유지해야 해.”

외연(外延)과 내포(內包).

저를 현실 가까이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지 외롭지 않은 저를 외롭게 봐 주신 것도, 이 불길이 검어서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라 하신 것도 고맙습니다.

자신을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같아요. 그러나 안심하세요. 세상 어깨에 흐르는 침묵은 자유로운 나의 영혼에 손을 흔들 테니까요. 마음이 바뀌는 순간 운명이 바뀐다고 하셨잖아요. 마음을 열고 보면 다 보입니다. 모든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넉넉한 마음과 진리뿐이에요.

‘나는 슬픔이다’ 하고 나니 제 슬픔은 사라졌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해보세요. 내 상태를 가만히 점검해 보고 미래를 꿈꾸고 내 주변을 돌아보겠습니다. 생명은 어차피 흘러가는 것. 한 때일 뿐 영원한 것은 없어요. 그러니 속 썩히지 말고 노래나 부르세요.

흘러 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요. 우리도 한 송이 꽃이 될까요. 내일 또 내일…

월간암(癌)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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