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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자신을 돕고 주위 사람들을 돕는 길
고정혁 기자 입력 2007년 12월 05일 20:33분878,891 읽음


의사가 할 수 있는 심리케어의 첫걸음은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암 전문의는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요. 기초 부분에서는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어요. 더구나 신체와 연동하는 마음 쪽이 전체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 가와노 히로히토, 일본 정신종양학회 회장-

죽어가는 환자들에 대한 연구로 너무도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는 1969년에 출간된 <죽음과 죽어가는 것(On death and dying)> 이라는 저서에서 죽어가는 환자는 부정-분노-흥정-낙담-수용이라는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환자의 감정 변화에 예의주시해야 하며 이들 감정조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의 단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암 환자는 진단과 함께 여러 가지 심리적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절망감, 의료불신, 분노, 공포와 두려움, 우울증 등 다양한 심리적 반응과정을 겪게 되는 데 이들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의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가족의 사랑, 그리고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들 요소가 삼위일체가 되어 치료에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현 의료시스템 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고 의료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가족과 환자 본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암 성공투병의 제1차 관문, 스트레스를 넘어서라.

-문화생활, 봉사.나눔 등의 사회활동 보람, 스트레스 극복의 최선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스트레스, 모든 병의 60%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특히 암에 있어서는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공헌자(?)이고 이 “스트레스를 넘어가지 않으면 암 성공투병이 어렵다” 는 말은 정신.심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라 하겠다.

우리의 삶은 스트레스를 만드는 과정의 연속으로 진행되어 왔다.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돈 버는 일”은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과정이다. 스트레스를 만드는 데는 최선을 다하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착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안으로 끌어안는데 익숙하다. 털털하고 화통한 사람은 누구에게든 스트레스를 푼다. 남에게 화를 푸는 성격도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런데 착한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 스트레스를 온 몸으로 받아낸다. 이것이 응어리져 암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면 문화생활을 늘리거나  봉사, 나눔 등의 사회활동을 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에 누가 더 기쁠까?
암이라는 중병을 앓아보지 않는 사람은 받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주말마다 봉사활동(양로원 등)을 하고 있는 M씨(54)는 암 진단을 받고 삶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이야기 한다. 예전에 M씨는 봉사 같은 사회활동은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고 극도의 고통과 두려움, 심하게는 우울증까지 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돌파할 비상구가 필요했다. 그 돌파구가 바로 봉사라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베푸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가족의 융화도 이루었으며 자녀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도 삶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 M씨의 생각이다.

이렇듯 봉사활동 한 가지만으로도 삶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받는 즐거움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면 주는 즐거움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행위이다. 받는 것으로는 스트레스를 풀기 어려우나 주는 행위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힘을 발휘한다. 사람은 선행을 했을 때 강력한 희열과 에너지를 분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선행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까지 변화시켜 행복으로 가는 문을 쉽게 열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것이다.

더불어 선행이야 말로 비용에 비해서 수익이 훨씬 큰 거래이다.


투병의 복병, 두려움과 공포

2001년 난소암3기 진단을 받은 L씨는 당시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것은 암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속에서 죽음을 체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를 하지요.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통증과 함께 기습해 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완전히 지배해 버렸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난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꼭 살아야겠다는. 그리고 어쨌든 여기까지 왔습니다."

통상 암 환자가 겪게 되는 두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치료에 대한 두려움, 재발에 대한 두려움,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혼자 있는 두려움 등등.
그 중 가장 넘기 힘든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의사의 적극적인 조언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의사란 담당 주치의도 될 수 있고 정신종양학 전문의도 될 수 있다. 전문가로부터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신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와 관련이 있다.

암 투병과정은 선택의 연속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술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항암화학요법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등등.
수술은 당신의 팔다리, 유방, 자궁, 위, 간 등 신체의 특정 부위를 절제하게 되어 인공보철물을 착용하거나 인공 항문을 내어 주머니를 차고 다니거나 휠체어에 매여서 지내는 신세가 될 수 있다. 항암화학요법은 치료의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구토, 구강궤양, 탈모, 발진, 식욕부진 등 각종 증상에 시달릴 때 극심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 과정만 넘기면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린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두려움을 안고 치료결정을 하고 치료가 끝났다하더라도 여전히 두려움은 계속된다. 그것은 전이 및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다.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은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치료하면 낫을 수 있다고 격려하지만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암이 재발되지 않을 거라고 끊임없이 주지시키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불안은 지울 수 없다. 특히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맞는 경우 잠은 오지 않고 온갖 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없고 움직일 수 있으며 먹을 수 있고 병원치료계획이 없다면 지금 당장 병원을 벗어나라. 병원 천장만 바라보고 있거나 환자들의 우울한 모습을 보거나 게으름이 일상화 된다면 시시각각으로 밀려드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보다 보람 있고 뜻있는 일을 찾아서 병원을 나서야 한다. 가볍게 땀을 흘릴 정도로 산책이나 운동을 한다거나 봉사활동 등의 선행을 할 수 있다면 두려움이나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다. 앞에서 스트레스 극복방법에서도 언급했듯이 뜻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소중한 시간들이다. 암을 극복하고 살아난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병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치유의 기적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이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통과 죽음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고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분노와 절망을 모두 놓아 보낸다면, 그리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인정하고 그 동안 자신의 인생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생의 영원불멸은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가능하다. 그 순간 마치 비눗방울 속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것처럼 즉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뱃속에 움트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웃음을 통해 암 치유로 가는 길

최근 웃음이 암 치료에 유효하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NK세포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억제하는 한편 엔돌핀 등 유익한 호르몬의 다량 분비로 체내 환경변화를 주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웃음치료로 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 암 환자가 좋은 투병경과를 보인 경우도 있다.
다음은  웃음치료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보인 폐암말기 환자의 이야기다.

"저는 전에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고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제가 너무 힘든 일을 겪고는 제 얼굴에 웃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폐암말기에 뇌로 전이된 3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았죠. 하늘이 노랬고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앙에 의지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암환자모임에 웃음특강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참석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세 번 참석할수록 제 얼굴에 웃음이 다시 돌아오고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가 삶의 희망이 생겼다는 겁니다. 요즈음의 제 마음상태는 너무나 평온하고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남편과 아이들도 많이 웃게 되고 가정의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CT검사를 하였는데 놀랍게도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시면서 의사선생님이 저보다 더 좋아하시더군요. 참 감사할 일입니다. 웃음이 저에게 준 것은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한국웃음센터의 한광일 원장. 그는 웃음이야말로 돈 안들이고 투병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유방암 치료사례는 물론, 우울증, 불면증 등의 치료에도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지구상의 최고의 의사와 치료법은 면역이라고 했는데 웃으면 면역이 쑥쑥 올라가지요. 백혈구가 증가하고 NK세포가 증가하는데 이 세포는 우리가 하루에 1천개의 암세포가 생길 때마다 암세포를 5분 안에 죽이는 자연살상세포입니다. 논개처럼 적장의 몸을 끌어안고 죽음을 택한 훌륭한 세포지요. 그리고 웃을 때 나오는 엔케팔린과 엔돌핀은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수백 배 강한 유익한 호르몬입니다. 많이 웃으세요. 웃는 만큼 건강합니다."
이 말은 암 환자에게 있어서 웃음의 중요성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한광일 웃음센터에서는 매월 1~2회 무료웃음치료 강좌를 개최한다. www.fuhaha.or.kr)

월간암(癌) 200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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