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시] 담쟁이
고정혁 기자 입력 2007년 12월 05일 17:58분879,140 읽음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월간암(癌) 2006년 11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