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4 期)는 사기(死期)가 아니다 ...그리고 4기(4 期)와 말기(末期)는 다르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 후 진단결과가 혈액암을 제외하곤 대개 0기서부터 4기까지로 나옵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TNM(종양크기, 림프절침윤, 전이여부)을 사용하며 그후 치료방침을 세우고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을 시작합니다.
물론 외적인 검사로 추정하는 병기이므로 사실 수술후에는 병기가 좀 차이나게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기계로 발견할 수 있는 암 크기는 아무리 적어도 수mm~1cm는 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모래알같은 병변이 복막에 퍼져있어도(=복막파종) 검사로 안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 간이나 난소나 췌장암 등은 한참 지나서야 조금씩 증상이 나타나므로 조기진단이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면역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미 암에 걸려 면역이 저하된 상황으로 병원에 가는데 여기에 가뜩이나 꼭 해야 하는 검사과정도 몸을 약하게 해서 검사하다 지치는 경우도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정밀검사이므로 어쩔 수없이 받아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면역이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은 염두 해 두어야 합니다. 물론 원발병소를 발견못하는 원인불명암도 있지요...
그 후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환자와 보호자의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하루가 천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도한 긴장감과 초조, 불안, 허탈감, 아쉬움, 분노, 원망, 좌절, 비애감 등등으로 본인은 물론 집안 전체의 분위기가 어두워 질 수 밖에 없습니다...그러니 결과보러가는 날까지 면역력도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퀴블로 로스의 5단계의 정신변화가 왔다 갔다 하지요...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등...
여기에다 만약에 진단이 4기가 나오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공황상태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4기의 결과가 안 좋다보니 이때부터는 온가족이 여러 방면으로 암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현대의학치료의 가망성과 기타 여러 의학장르를 검색해보고 질문하기 시작합니다...그들의 엷은 귀는 이것 저것 가리는 분별력을 상실케 합니다...암, 암치유, 암치료, 항암 이란 글자만 눈에 보여도 동공이 그곳을 향하게 됩니다..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주위의 부정적인 말과 환경입니다...즉 들리는 말과 분위기입니다...
4기는 "별수 없더라...해봤자 고생만 하더라...4기는 어차피..."등등 의 말이 환자와 가족을 더욱 더 힘빠지고 절망속으로 빠져들게합니다... . 그러니 투병기간 내내 칠흑같은 분위기속에서 있게됩니다...
4기라면 오히려 사기를 높히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하는데 반대로 더 사기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마치 축구시합에서 자살골 먹을때 느끼는 절망감과 비슷할지도 모르나 축구시합은 그래도 90분 정도 뛰면 끝나지만 암과의 시합은 평생 하고 가야합니다.
그러나 "통계는 통계일 뿐 개인적으로는 모두 다 다릅니다"...같은 암, 병기라도 같은 경과는 절대 없습니다...
4기라는 것을... 어쩌면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의미를 생각하고 한번 대판 전쟁을 치루는 용사처럼 사기(士氣)진작의 기회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걸림돌보다는 디딤돌로...밟히기 보다는 밟는 기분으로, 위기를 기회로, 눌림보다는 누리는 방향으로...
특히 4기와 말기(末期)는 사실 엄연히 다릅니다... 아니 앞으로는 병기를 나누어서 표현되는 날이 올것입니다... 4기에서도 살아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십니다...역으로 1기라고 안심해도 안됩니다...
4기라해도 절대 호스피스 대상이 아닙니다...우스운 표현이지만 만약에 5기라 한다해도 오기로 이길수 있다고 합니다. 여명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에 보통 말기라고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들 진행된 병기보다 더 오래 잘 사시는 분도 꽤 되십니다... 또 오히려 겉모습이 3기 환우보다도 양호한 분도 꽤 됩니다... 제가 아는 분은 4기지만 2년 넘게 건강하게 지나고 있으며 어떤 분은 수년째 병소가 그대로 체체파리에 물린 것 처럼 자고 있다고 합니다...
병기가 개인적인 모든것을 결정지운다고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그러니 “몇 개월 남았다“라는 표현도 어찌보면 아무 득이 안 되는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주하는 표현이지만...사실 암이란 병보다도 더욱 속절없고 골치 아픈 병도 많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교통사고,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지금도 중환자실에서 살아가시는 분, 당뇨합병증으로 고생하시는 분, 거의 투석으로 연명해가는 분, 중환자실의 식물인간...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의사든 환자든...내일을 알 수 는 없는 것입니다...이 말은 자포자기의 종말론적인 말이 아니며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의미있게 지내시라는 것입니다...하루를 10일처럼 보내면 1년을 10년처럼 사는것과 같습니다...따라서 암에서 나아도 한번은 가므로 아예 지금 삶과 죽음의 가치관을 터득해놓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지금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숨쉬는것... 발가락을 움직이는것도... 감사의 조건이 다 됩니다...그렇게도 힘들었던 용서를 하게 됩니다...비 안새는 집이면 감사, 어떤 차든 걸어가는 것 보다 빠르면 감사, 밥 끼니 때우면(1년에 500만명의 아동이 굶어죽는데...) 감사하게 됩니다...
그렇게도 비우고 싶어도 못 비우던 욕망까지도 비워져지게 됩니다. 집앞의 역사에 추위를 피해 찾아오는 분들을 보면 내 집도 없지만 잘곳이 있다는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처럼 암이 주는 이득도 따지고 보면 참 많습니다.
언젠가 점심때 마늘을 먹고 상담실에 들어오니 환자분이 절 보더니? 속으로 웃음을 참고 계시길래..제가 이랬지요...담배냄새는 옆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만 마늘 냄새는 옆에서 맡기만해도 암에 좋다?고..그리고 이 냄새는 내 영역표시라고...한참 서로 웃었지요...
또 어느날 제가 정상적으로 주차를 시켜놓고 볼일을보고 돌아와보니 어느 분께서 친절하게? 못으로 깊게 차를 긁어놓았습니다...그러나 아무리 못으로 힘주어서 긁어놓아도 구멍은 안났으며 비도 안샙니다...바퀴달리는데는 전혀 지장도 없어요..지금도 잘 달립니다...
아무리 비가와도 압력밥솥은 비가 안새며 튼튼한 둑은 어떤 폭풍우에도 건재히 잘 버팁니다..성난 파도가 용감한 해병을 길러내고 튼튼한 집은 바람불고 홍수나봐야 안다고 합니다....독수리는 아예 새끼를 절벽밑으로 밀어서 키운답니다...정상분만의 고통은 아가에게 튼튼한 호흡기기능을 부여하고 어떤것도 고통없이 얻는것은 하나도 없습니다....No Cross, No crown....
사랑하는 환우여러분 !
절대로 병기에 연연하지 말고 조금은 바보?처럼... 강하고 당당하게 싸우십시오...힘내십시요!!! 김소장 lifen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