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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강한 대표적 질환, 어떤게 있을까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3년 09월 22일 15:17분1,071 읽음
글: 양진명 (인턴기자)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생활 습관과 관련 있습니다. 또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대표적 가족력 질환으로 꼽힙니다.

모 스포츠선수가 자기 집안에 아버지, 형제 등 친인척 중에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하며 자기 자식에게도 같은 질병 증상이 나타날까 근심 반 걱정 반이라고 합니다. 직계가족이나 사촌 내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합니다. 즉 의학적으로 3대(조부모, 부모, 형제)에 걸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하며 집안에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으나 이 둘은 다르다고 합니다. 유전 질환의 경우 병의 원인이 단일하지만, 가족력은 유전, 생활 습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가족은 식습관, 수면 습관 등 여러 생활 습관을 공유하다 보니, 같은 질환을 앓을 위험도 덩달아 커지는 겁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특정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녹색맹 등이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 습관과 같은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여 나타나므로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로, 가족력 질환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거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예방할 수 있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의료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하며,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72% 늘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포지단백 4형이라는 유전자와 관련 있는데 이 유전자형을 1개 물려받으면 2.7배, 2개 물려받으면 17.4배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치매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으며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다면 꾸준히 검사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치매 조기 검진 사업에 따라,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혈액검사·문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암은 가족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질병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장암 환자의 15~20% 정도가 1대의 친척(형제, 부모, 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전체 대장암 환자의 10~30%는 가족성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 중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 높아지고, 2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집니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같은 암에 걸리면 자신이 암에 걸릴 위험은 3.3~12.7배 높았습니다. 부모보다 형제자매간의 가족력이 더 강한 이유는 같은 세대인 형제자매가 암을 유발하는 환경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으며 특히 직계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친모가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등 유방암 가족력을 염려해 유방절제술을 받은 바 있습니다.

심혈관질환
한국인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심혈관질환 역시 가족력의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습니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이런 요인들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고혈압의 경우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이면 50%까지 올라갑니다.

심혈관질환은 심장마비 등 위중한 질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1년에 한 번씩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1년에 한 번씩 심전도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필수입니다.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토피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은 유전학적 요인을 비롯해 환경적 요인, 환자의 면역학적 이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납니다. 공기 청정 지역에서도 피부염 증상이 있는 것은 가족력 영향으로 봅니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70~80% 정도가 가족력 영향으로 여겨지며, 부모 모두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으면 75%, 부모 중 한 명만 있으면 50% 확률로 자녀에게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타납니다. 아직 아토피성 피부염의 확실한 예방법은 따로 없고 다만,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게 최선입니다. 평소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비만 당뇨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일 때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 정도이고,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유전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의 저장 정도를 인식하는 뇌의 기능이 둔감한 때도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이 유전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는 30~40%까지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심혈관,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관리해야 합니다.

유전적 소인이 강한 당뇨병은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우려를 낮출 수 있으며,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는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해야 합니다. 만약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대장 내시경, 유방 촬영술 등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가족 중 40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이보다 이른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해야 합니다. 질환이 부모 대에는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일도 있으므로 조부모 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우려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지니면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월간암(癌) 202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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