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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햇살의 느낌 토마토
김진하 기자 입력 2013년 07월 30일 17:49분548,927 읽음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항암치료에 힘이 되는 식재료이야기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유럽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토마토가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이지만 빨간 토마토를 대할 때면 나는 싱그러운 햇살을 받고 서 있는 느낌에 빠지곤 한다. 뜨거운 햇빛을 머금고 수확되는 붉고 탱글탱글한 토마토는 다른 과일에 비해 당도가 높지는 않지만 찰진 건강함을 선사한다.

더위가 시작되면 수돗가에 놓인 대야 한가득 물이 담기고 그 안에 수박이나 참외가 떠 있곤 했는데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도록 먹고 싶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이 모인 저녁 식사가 끝나고 얼마간 배부름이 가라앉아야 할아버지를 필두로 몇 순배씩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참으로 더디고 맛의 유혹은 강하여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부엌에서 이를 본 엄마는 스뎅 그릇에 설탕 뿌린 토마토를 담아 내 주시곤 했다.

우리 삼남매가 스뎅 그릇에 머리를 박듯이 숟가락질을 서두르면 먹기 좋게 잘려진 어른 주먹만 한 토마토도 어느새 바닥이 나버렸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싸우듯 해치워버리고 나면 한 조각 입에 넣지도 못한 엄마는 그 모습도 애처롭게 쳐다보시는 것이다.

농촌이라 먹거리가 풍부하긴 했으나 그것이 곧 돈인 곳에서 정작 힘들여 일한 이들이 최상품을 맛보는 일은 드물었다. 굳이 주인을 따지지 않고 지나는 곳마다 마음이 동하면 노상 따먹던 어린 우리들도 과하지 않게 선을 지킬 줄 알았고 그렇기에 흠이 생긴 과일이라도 발견하면 여간 기쁜 게 아니었다. 사실 토마토는 비교적 자주 먹었는데 지금이야 건강정보들을 접할 기회가 많고 그 정보들을 생활에 적용할 여유가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일단 먹는 것이 중하던 시절이니 아이들 입맛에 밍밍하기만 한 토마토를 맛있게 먹이는 방법이었을 것이고 실제로 설탕이 덜 밴 과육보다는 달달해진 즙을 서로 더 먹겠다며 다투기도 했었다.

늘 일이 바빴던 엄마는 공부를 봐주거나 함께 놀아줄 시간이 없었지만 엄마 앞에서 쫑알거리는 것이 좋았던 둘째딸은 일터에 오가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곤 했다. 말리는 엄마를 기어코 좆아가 일하시는 쪽으로 고개를 두고 풀밭에 엎드려 숙제를 하다 깜빡 잠이 들기도 하였는데 시원한 감촉에 눈을 떠보면 빨간 토마토를 든 엄마가 싱그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다.

더운 햇살에 끈끈하게 배인 땀, 텁텁해진 입안의 갈증을 해소해주었던 그 토마토는 이제 그때의 엄마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된 둘째딸이 엄마의 건강을 위해 우선으로 챙기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주스나 샐러드, 소스나 볶음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려도 여전히 설탕을 선호하시는 엄마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에 충남부여의 토마토 연구 단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유기농 토마토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나와 공통점이 많은 탓인지 유독 정이 가는 첫 조카와 둘이서 잘 익은 토마토를 선별해가며 교육받은 요령대로 가위질을 하고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낑낑대며 먼 길을 되돌아왔던 시간과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앞에서 쫑알쫑알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던 녀석이 너무나 맛있게 먹던 모습까지, 도시에서 나고 자라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조카와 직접 딴 토마토를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던 내가 함께 쌓은 토마토에 얽힌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한때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시비가 붙은 적도 있지만 과일과 채소 모두의 특성을 갖추고 있어 요리에도 두루 이용되는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원으로 아주 우수한 식재료이다. 파란 것 보다는 빨간 것이 더 유익하고 가열해 조리하면 라이코펜의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토마토 붉은색의 주성분인 라이코펜은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노화를 방지하고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알코올 분해 시 생기는 독성물질, 체내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등 우리에게 유익한 많은 효능들을 가지고 있다.

토마토의 껍질은 꼭지 반대편에 열십자로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고 퓨레나 소스, 케첩으로 만들어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극이 적고 영양이 우수하며 소화가 잘 되므로 환자들 음료로 좋은데 올리브유나 우유 등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소의 체내 흡수력을 더욱 높여준다.

토마토는 pomos(사과)와 doro(황금)의 합성어로 pomodoro(황금의 사과)가 그 어원이다.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해졌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푸대접을 받고 관상용으로 길러지다가 1773년에 최초로 토마토 소스가 언급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인 토마토가 스파게티 소스로 활용된 것은 1839년에 이르러서이며 이전까지 악마의 열매로까지 불리며 천대 받았지만 점차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우리말로는 '일년감', 한자로는 남만시(南蠻枾)라고 하는 토마토를 아삭거리는 장아찌로, 소스로 활용해 새우꽈리고추볶음으로, 매일 마시기에 부담 없는 주스로, 한가득 머금은 싱그러움을 만나보기 권한다.

토마토장아찌

[재료 및 분량]
- 토마토 1kg, 소금 4T
- 채소물 : 마른고추 3개, 물 5C, 마늘 4쪽, 생강 10g, 양파 ½개
- 양념간장 : 채소물 4C, 간장 2C, 설탕 ⅔C, 식초 ¾C

[만드는 법]
1. 익지 않은 토마토를 준비하여 깨끗이 씻고 손질해 4등분하고 소금을 넣어 절인다.
2. 1시간 정도 절인 토마토는 씻어 물기를 뺀다.
3. 양념간장을 만들어 끓이고 식힌 후 토마토에 붓는다.
4. 1주일 정도 후 양념간장을 따라 다시 한 번 끓이고 식힌 후 다시 붓는다.
5. 2주 정도 후 꺼내 그릇에 담아낸다.

새우꽈리고추토마토소스볶음

[재료 및 분량]
- 잔새우 600g, 꽈리고추 150g,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t
- 새우 밑간 : 진간장 1t, 참기름 1t, 소금 약간, 정종 1T
- 새우 튀김옷 : 계란 흰자 1개, 전분 2T, 밀가루 2T
- 소스 : 토마토 2개, 셀러리 1대, 양파 1개, 양송이버섯 약간, 와인 50ml, 소금 1t 설탕 1t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손질한 새우에 밑간을 해뒀다가 튀김옷에 잘 버무려 기름에 바삭하게 두 번 튀긴다.
2. 꽈리 고추는 기름이 튀지 않도록 바늘로 구멍을 낸 후 기름에 재빨리 튀겨 건진다.
3. 토마토와 셀러리, 양파, 양송이버섯은 잘게 다져 기름을 조금 두른 팬에 살짝 볶다가 와인과 소금, 설탕, 후춧가루를 넣고 수분이 날아갈 정도로 조려 소스를 만든다.
4.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다진 마늘과 다진 홍고추를 볶다가 소스를 붓고 끓으면 불을 끄고 튀겨 놓은 새우와 꽈리 고추를 재빨리 버무려 접시에 담는다.

토마토올리브오일주스

[재료 및 분량]
- 토마토, 올리브오일

[만드는 법]
1.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십자로 칼집을 내고 데친다.
2. 삶은 토마토를 체에 걸러 씨와 껍질을 제거한다.
3. 걸러진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5:1의 비율로 잘 섞어준다.

* 오일의 양은 개인 기호에 따라 가감해도 좋으며, 충분한 양을 만들어 냉장보관하면서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

월간암(癌)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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