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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 갈까요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3년 01월 21일 15:40분671,966 읽음
톨스토이가 쓴 글 중에 하느님이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천사가 지상으로 내려와서 사람과 같은 일상을 삽니다. 어느 구두 수선공과 함께 살면서 세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천사는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 때 홀로 살 수 있게 만들지 않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혼자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랑과 관심을 원하며 서로 의지해서 살아갑니다.
요즘처럼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신발도 신지 않고 옷도 헐겁게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 여기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 방법을 알아 볼 것입니다. 실제로 뉴스에 보도되었던 기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퇴근 시간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사람이 전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발짝 다가서는데 실수로 그만 승강장 밑으로 발을 헛디뎠습니다. 그 순간 전철이 지나가면서 전철과 승강장 사이에 사람이 끼게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몸의 일부가 끼었으니 빠른 구조가 필요한데 전철이 움직이면 그 사람의 목숨은 위태롭게 됩니다. 그 광경을 승강장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소리를 지릅니다.

“여러분 손으로 밀어 봅시다.”
그리고는 전철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옆에 사람도 힘을 보태려고 같이 밉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구령에 맞추어 전철을 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 승강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진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커다란 전철이 옆으로 밀리더니 급기야 승강장에 끼었던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의 마음이 구령에 맞춰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일치되었을 때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자신의 육신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지혜를 갖지 못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많은 암환자들이 투병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 외에도 암에 좋다는 수많은 것들을 시도하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투병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면 구두 수선공에게 어떤 부자가 찾아와서 고급스런 구두를 주문합니다. 그 부자는 새로 만든 구두를 일 년 동안 신을 거라고 하는데, 그 부자는 그 날 저녁에 세상을 뜨고 맙니다. 오늘 저녁에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오는데도 불구하고 고급 구두를 맞추는 게 바로 우리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살아가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마음속에는 사랑을 주었지만 자신의 육신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지혜를 주지 않았나 봅니다.

또 마지막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천사가 하느님의 분부로 어느 여인의 영혼을 거두려고 지상에 내려왔습니다. 그 여인이 사는 집에 가보니 방금 태어난 쌍둥이 딸이 엄마 옆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천사가 하늘로 데려가야 할 사람은 방금 출산한 그 쌍둥이 자매의 엄마입니다. 엄마는 천사를 보고 애원합니다.
‘천사님! 제 남편이 숲속에서 혼자 일을 하다가 나무에 깔려서 죽었는데 장례를 차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저에겐 친척도 없고 제가 죽으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제발 데려 가지 마시고, 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들은 부모 없이는 살 수 없잖아요.’

이 말을 들은 천사는 하느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하느님을 결국 그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천사는 그 쌍둥이 자매를 다시 만납니다. 엄마 없이도 예쁘게 장성한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 없이도 자랄 수 있지만, 하느님 없이는 살아 갈 수 없구나.’

새롭게 한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를 지내면서 삶이 힘들고, 지칠 수 있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사랑을 담고 생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제 영하 10도는 매일 일기예보에서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 암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사랑의 마음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새로 시작되는 한 해 또한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월간암(癌)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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