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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면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임정예 기자 입력 2012년 11월 29일 16:05분700,096 읽음

태초에 신이 우주를 만들 때 밤과 낮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신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라는 배려일 듯합니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이런 신의 뜻에 맞게 생활합니다. 저희 아이들을 보면 해가 뜨면 일어나서 놀고 어둑해지면 눈을 비비며 앉아 있다가 바로 잠자리에 듭니다. 낮에는 참으로 열정적입니다. 언제나 뛰고, 소리 지르고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아주 깊은 잠에 빠져 듭니다.

아마 저도 어렸을 때는 저렇게 힘닿는 한 열심히 놀고 밤이 되면 세상 모든 일들을 잊고 잠에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많은 어른들이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아이들이 사는 세상보다 덜 평화롭기 때문일까요. 걱정이든, 병이 생겨서 몸이 아프던지, 실연을 당해서 마음이 아프던지 어쨌든 깊은 꿀맛 같은 잠을 자본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는 잠을 통하여 깨어 있을 때 필요한 많은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며 잠을 안 자고 살 수 있는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잠을 인생에 있어서 매우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며 잠을 조금 자야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수험생들도 잠을 최대의 적으로 여기며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년 고3 수험생 중에 1등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잠을 충분히 잤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당오락"이라는 말은 잠을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는 부류의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잠을 자는 동안 많은 일을 합니다. 제대로 된 잠은 우리에게 휴식과 이완을 줍니다. 깨어 있는 동안의 수고로움은 잠을 통하여 씻겨지며 개운함을 선물합니다. 또 현실의 걱정과 괴로움은 잠을 자는 동안 잊을 수 있습니다. 또 잠을 자면서 꿈을 꿉니다. 꿈은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주 많은 풍경과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군대에 간 사람은 제대하는 꿈을 꾸고, 반대로 제대한 사람은 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암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은 완치가 되어서 매우 행복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짝사랑 했던 사람의 얼굴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조상님이 나타나서 로또번호를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생의 일부라고 믿을 만한 사건들을 꿈을 통해서 체험합니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꿈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언젠가 나는 꿈에 나비가 되어 날고 있었는데, 매우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나는 나 자신, 장자로 되돌아왔다.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는 장자였는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나비였는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윤회설을 생각나게 합니다. 지금은 장자로서의 사람이지만 이 전에는 나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요.

스위스 태생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꿈 이야기를 통하여 아픈 사람을 치료하였습니다. 칼 융의 이론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며 무의식의 분석을 심층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는 꿈밖에 없다고까지 이야기 합니다.
먼 미래에 잠을 자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알약이 생겨서 모든 사람이 잠을 안 자게 된다면 이런 꿈 이야기는 미개인들이나 겪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이 될까요. 잠도 안 자고 오로지 일만 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어질 텐데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하루만 잠을 안 자도 그 다음날은 매우 힘든 하루가 되며, 못잔 잠은 그만큼 다시 보충을 해주어야만 합니다. 일요일 잠만 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잠을 못자서 일요일에는 잠만 자는 것이지요. 가스 배달 일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가스통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일을 합니다. 그 친구의 가장 큰 소원은 2박3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것입니다. 참으로 소박한 소원입니다.

그러나 몸의 통증이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잠에 들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는 아주 큰 고통이며 삶의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중대한 일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만큼은 평온하게 잠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수면의 질이 건강의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병을 하고 있다면 밤에 어떻게 하면 즐거운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합니다. 다른 것은 다 제쳐 두고 밤에 잠을 잘 잔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투병은 반 이상 성공한 투병이 될 것입니다. 편안하고 깊은 잠은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이고 평온한 안식처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됩니다. 곰은 겨우내 잠만 잔다고 하는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 번 겨울 곰과 같은 잠은 아니어도 꿀맛과 같은 잠을 매일 밤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월간암(癌)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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