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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짧은 여행을 다녀오다
임정예 기자 입력 2012년 08월 31일 12:46분753,311 읽음

암환자 몇 분과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국립통영검역소장으로 근무하는 소장님이 관사로 지내는 집을 내주어 하룻밤 숙소로 정하고 통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통영이라는 동네가 전에는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걸렸지만 대전에서 통영까지 지리산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2005년에 완전히 개통하면서 서울에서 출발하여 불과 네 시간 정도면 통영에 도착합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나 책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나폴리보다 아름답고 조용한 동네라는 인상과 함께 바둑판처럼 바다 위를 장식하고 있는 굴 양식장은 청정한 바다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꼬불꼬불 해안선을 따라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아기자기한 섬들이 있고 그 위로 눈부신 햇살이 바다를 비추면서 꿈속에서나 볼 것만 같은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합니다.
조그마한 통통배들이 마을마다 정박하고 있는 모습은 이곳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부'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고 아침이면 다시 뭍으로 들어오는 작은 배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그저 신기한 풍경입니다. 배위에 서있는 어부들의 밝은 미소엔 '오늘은 만선'이라는 흡족함이 묻어있습니다.

통영에 처음 도착해서 미륵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데 천상에 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케이블카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소나무, 편백나무가 온 산을 덮고 있고 등산로에 사람은 흡사 개미처럼 작습니다. 미륵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려수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바다에 우뚝 솟은 섬들과 바다, 그 사이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물안개가 가득합니다. 여기에 구름이 어우러져 있고 커다란 배 한 척이 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한려수도는 이 땅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함축해 가지고 있었습니다.

통영의 해안가를 돌아가는 일주도로가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어촌과 그들이 사는 작은 마을들이 있습니다. 주로 굴양식과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눈에 띠는 것은 조그만 섬을 다리로 연결하여 섬 하나를 아름다운 집과 정원으로 꾸민 곳이 있는데 수국작가촌이라는 곳입니다.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진 듯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처럼 아름답습니다. 조용한 어촌에서 수국작가촌과 연결된 다리는 마치 꿈과 현실, 천상과 지상을 가르는 다리 같습니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으러 갔습니다. 수산물 시장에서 3만 원어치의 회를 사니 그 자리에서 생선을 다듬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바닷가에서 맛보는 생선회의 맛은 일품입니다. 바다는 어둠에 모습을 감췄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는 불을 밝힙니다.

피곤하지만 숙소에 도착하니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국립통영검역소장님의 강의입니다. 요가와 명상을 통한 삶과 죽음, 그리고 개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언가 대해 조곤조곤 말씀을 하십니다. 말과 몸과 마음으로 하는 해주신 요가와 명상은 길었던 하루의 피곤함을 뒤로 하고 평온한 이완을 가져다줍니다. 우리는 깊은 휴식을 얻고 크고 무한한 에너지를 느껴봅니다.

통영은 1995년 이전까지는 충무시라고 하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도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들을 만날 수 있으며,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에 왜구들과 치열한 격전을 했던 장소입니다. 이순신 공원에는 커다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바다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으며, 해변을 따라서 만들어진 길은 풍경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이순신 공원에서는 남해의 바다를 느껴봅니다. 바닷가로 내려가 신발도 벗고 살랑살랑 쳐오는 파도를 느끼며 눈을 드니 멀리 보이는 바다와 배와 섬들이 손짓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모셔져 있는 충렬사에는 양쪽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입니다. 이곳의 나무는 보통 300년 이상 되었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하신 매년 음력 11월 19일에는 통영의 주민들이 기신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온 여름여행은 다가올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청량제가 될 듯합니다. 여러분도 어디든 괜찮으니 자신을 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여행길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월간암(癌)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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