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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후춧가루의 효능
고정혁 기자 입력 2012년 07월 31일 20:44분779,763 읽음

영어로 고추는 red pepper, 후추는 black pepper라고 한다. 결국 고추나 후추나 둘 다 영어로는 "페퍼"라고 하는데 왜 전혀 다른 식물에 열리는 열매를 "페퍼"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다.

"뒷조사"를 좀 해보니 산크리스트어의 피팔리란 단어가 라틴어의 피퍼가 되었고 이게 다시 영어에서 "페퍼"란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즉 후추는 남부 인도가 원산지이기 때문에 후추를 뜻하는 산크리스트어인 피팔리란 단어가 페퍼의 어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16세기에 신대륙의 고추가 발견되면서 이 고추는 후추와 전혀 관계없는 식물의 열매지만 페퍼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후추의 원산지는 남부 인도이지만 지금은 열대지방의 다른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후추열매는 익으면 검붉은 색으로 씨가 한 개만 생기는데 그걸 말리면 직경이 5밀리미터 정도 되는 핵과가 되고 그걸 분말로 만들면 후춧가루가 된다. 또 후추의 특이한 맛은 피퍼린이란 화학물질 때문에 생긴다.

후추와 고추는 서로 관계가 없는데도 우연히 둘 다 페퍼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약효가 막상막하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이다.

서양에서는 보통 소금과 후추를 한 개 세트로 만들어 팔고 식탁에도 소금통과 후춧가루통이 나란히 세트로 함께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정의 식탁에는 소금통은 비치해도 후춧가루통을 비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서양인들은 후춧가루를 음식에 자주 뿌려 먹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후춧가루를 음식에 뿌려 먹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이유로 후추가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되는 향신료인지를 알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후추는 가격도 저렴해서 가격 대비 효과가 큰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볼 수가 있어서 잘 활용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만 살펴봐도 후추가 통증감각을 완화시켜주고 염증을 줄여주어 관절염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경희대학 동서신의학병원의 연구원들이 이 논문을 작성해서 발표한 것이다. 즉 후추추출물 속에 들어있는 활성 페놀성분인 피페린을 연구해본 결과 항염과 항관절염 효과가 있고 또 통증감각도 완화해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유는 피퍼린이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 6인 MM13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동물모델을 이용해 연구한 것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보지 않은 점이다.

또 다른 연구는 후추가 당뇨병 합병증을 저지하고 대장암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효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설탕분자가 단백질분자와 결합하는 것을 "단백질의 당화결합"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설탕분자가 단백질과 결합하면 그로인해 생기는 최종 형성물이 노쇠를 촉진하는데 그게 "당뇨병으로 생기는" 퇴화도 촉진한다. 그런데 이 최종 형성물의 축적을 막을 수 있는 식물추출물이 있는지 연구해 보니 바로 후추가 그런 능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후추가 항산화제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도 밝혀졌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암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미주리의 세인트 루이스대학에서 연구해 본 결과 후추는 대장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후추 추출물인 피페린은 혈중 코큐텐 수치도 증가시켜준다. 코큐텐은 특히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영양소로 가격이 비싼데 후춧가루와 함께 먹으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후추는 소화와 장의 건강도 개선시켜준다.
음식을 소화하려면 위산이 필요한데 그 주성분이 염산이다. 염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염산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후추가 맛을 느끼는 미뢰(맛봉오리)를 자극해서 위장의 염산분비를 늘려 소화가 더 잘 되도록 해준다. 또 염산이 부족하면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위장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슴앓이와 소화불량이 생기고,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장으로 들어가면 유해한 박테리아들이 달려들어 가스를 발생시키고 장을 자극해서 설사나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후추만 잘 활용해도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후추는 이뇨제로 작용해서 장관의 팽만을 감소시켜주고 지방세포 분해도 촉진해서 힘이 나고 몸이 날씬해지게 해준다.

후추가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영양분 흡수도 높여주는 이유는 그 주성분인 피페린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의 생가용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장 내피의 아미노산 수송체를 촉진하고 영양성분을 물질대사 하는 효소를 조절해서 세포로부터 영양성분을 제거하는 것을 억제한다. 이런 작용이 영양소가 표적세포에 들어가서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오래 머물도록 해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작용으로 후추가 치료효과가 별 볼일 없는 물질을 효과가 강력한 물질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감염, 염증, 통증,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후추의 주성분인 피페린과 함께 복용하면 그 효과가 20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후추의 이런 약효들을 알고 나면 왜 후추가 수천 년 동안 귀한 취급을 받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고대에는 후추가 조미료로 사용되었지만 화폐나 공물로도 이용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세금이나 몸값이 후추로 지불될 정도였으니 그 가치가 가히 금 덩어리와 맞먹었다.

후추의 약효는 무공해 말린 후추열매를 즉석에서 갈아 사용할 때 가장 높다. 일단 향이 강할수록 피페린이 더 많이 들어있다. 분말로 만들어 포장해서 파는 제품에는 피페린이 대부분 망실되어 약효가 별로 없다. 따라서 후추를 구입할 때는 첨가물이 들어있지 ㅇ낳은 "말린 후추열매"를 구입해야 하고, 먹기 전에 즉석에서 분말을 만들어 사용해야 피페린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후추열매도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무공해란 표기가 된 것만 구입해야 한다. 그냥 시중에서 파는 것을 구입해 사용하면 약보다는 독이 될 수가 있다.

후추는 밀봉한 유리병에 넣어 어둡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후추열매가 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특히 냉동을 하면 향이 더 강해져서 피페린 함량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의사항은 합성 화학물질인 의약품을 복용하는 사람이나 임산부나 수유모는 후추를 피해야 한다. 의약품을 복용하는 사람이 후춧가루를 먹으면 그 약효가 너무 강해져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간암(癌)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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