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지혜로운 길을 선택하는 방법
장지혁 기자 입력 2012년 06월 30일 18:30분785,571 읽음

최근 암 진단을 받은 후 병원 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제 암을 대하는 인식이 수술, 항암, 방사선 등의 병원치료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입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소위 대체요법이나 자연요법과 같은 과학의 테두리에 있지 않는 요법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후의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암 진단을 받고 현대의학과 같이 병행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출판되고 있는 암 관련 서적들을 보면 현대의학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들이 많습니다. 의료민영화가 매체에 오르내리면서 외국의 다양한 의료 현황도 알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현대의학이 봉착하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다루는 미디어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범주에서 정확한 통계처리가 되어 있는 현대의학에서는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은 비과학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의 최종 목표는 암을 완치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이 한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말이 있습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암 치료도 다를 바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현대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대체의학이든 암만 잘 치료할 수 있다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입니다. 효과가 없는데도 한 가지만을 고집하고 주위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눈을 닫아 버리고 더는 진행할 수 없는 시점에서야 다른 방법들을 찾으려 들지만 어떤 방법이든 체력이 받쳐주는 초기를 놓쳐버리고 나면 다른 방법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방법의 장점을 취할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주의점은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급하고 귀가 솔깃한 암환자들은 되도록 암에 좋다는 것들을 많이 시도합니다. 암에 좋다는 음식, 제품, 약 등을 그저 소문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만으로 쉽게 결정합니다. 주로 먹는 것들이 많은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암에 걸린 허약한 몸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더구나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섭취하게 되면 간에 부담을 주고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암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서 갈 수 있는 수많은 길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야할 길은 딱 한 가지이며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의 길이 아닌 다른 길도 마찬가지로 절제와 인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난 후에 건강하고 활기 있는 일상을 다시 마주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대구에서 40대 중반의 암환자를 만났습니다. 간암으로 4기 진단을 받고 여러 곳에 암이 퍼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부인에게 알려준 몇 가지는 대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며 원한다면 항암치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료진은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2개월 정도 더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을 보니 저도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그는 지금 지리산 자락 시골에 자리 잡아 살고 있습니다. 아직 암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얼굴은 밝았습니다. 암과 싸우는 몸부림 대신 그는 얼마일지 모르는 시간들을 가족과 함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암이 있어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암을 없애기 위해서 무엇을 하기보다는 단순히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간혹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도 합니다.

월간암(癌)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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