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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젓의 숨겨진 첨가물
고정혁 기자 입력 2012년 01월 30일 10:58분848,867 읽음

저급 명란젓이 일순간에 최고급품으로 둔갑

식탁에 오르는 명란젓은 소금과 쌀발효주에 절인 명태알을 원료로 만든다. 명태알은 단단하고 색이 좋은 제품을 고급품으로 꼽는다. 그렇다면 시중의 명란젓은 모두 고급품일까?
진물이 질질 흐르는 데다 물컹거리는 저급 명란젓. 하지만 이런 형편 없는 놈도 첨가물액에 하룻밤만 담가놓으면 투명한 듯 맑고 윤이 잘잘 흐르는 고급 제품으로 둔갑한다. 감촉도 마치 갓난아이 피부처럼 탱탱한 것이 시쳇말로 끝내준다. 무슨 마술을 보는 느낌이다.

첨가물업체는 가능하면 많이 팔 목적으로 화학물질들을 섞어서 이른바 '혼합제제 첨가물'을 만든다. 이를테면 인산염, 아질산, 유기산염과 같은 물질을 혼합하여 별도의 브랜드를 만드는 식이다. 이 혼합제제는 사용 목적에 따라 착색용, 탄성강화용, 품질개량용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식품업체는 원하는 용도에 맞게 이들 혼합품을 사다 쓰기만 하면 된다. 자신들이 쓰는 혼합제제가 무슨 물질로 구성되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참고로 다음 표에 명란젓을 예로 들어 사용 원료를 비교해보았다. 물론 모든 업체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원료 리스트는 이렇다.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사용되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명란젓의 원재료와 첨가물
무첨가 명란젓
▪명태알 원료 : 명태알, 천일염, 순쌀미림, 쌀발효주
▪명란젓 원료 : 발효간장 다시마즙, 가다랭이즙, 물엿, 고춧가루

시중의 일반 명란 젓
▪명태알 원료 : 명태알, 정제염, 미림맛 조미료, 합성착색료, 폴리인산나트륨, 메타인산나트륨, 아스코르빈산나트륨, 니코틴산아이드, 아질산나트륨, 에리소르빈산나트륨, 솔비트, 미세가공분말, 사과산나트륨, 명반, 젖산칼슘, 구연산나트륨, 초산나트륨, 글루코노델타락톤, 글루타민산나트륨
▪명란젓 원료 : 글리신, 5-리보뉴클레오티드나트륨, 단백가수분해물, 아미노산액, 글리틴리틴, 스테비오사이드, 소르비톨, 감초, 고춧가루
※업체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음.

명란젓은 화학물질의 보고
명란젓의 원료가 되는 명태알만 보더라도 첨가물 남용 실태가 숨 막힐 지경이다. 그런데 명란젓은 그보다 한술 더 뜬다. 맛을 내고 보존 기간을 늘려주어야 하니 더 추가될 수밖에 없다. 명란젓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가짓수로 치면 20종은 족히 넘을 것이다.

명란젓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뭐니 뭐니 해도 화학조미료가 압권이다. 명란젓보다 화학조미료가 더 많이 사용되는 식품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명란젓 가공 공장에 가보면 작업자들이 조미료 포대를 뜯어서 연방 집어넣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20가지가 넘는 첨가물을 한 번에 먹으면
20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한 식품에 들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첨가물의 유해성 논란에서 늘 빠지지 않는 주장이 화학물질의 복합적인 섭취로 인한 문제다. 쉽게 말해 여러 유해물질이 체내에 동시에 들어왔을 때 폐해는 더 커진다는 이론이다.

첨가물은 처음에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일일이 독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테스트 결과 일정 기준이 충족된 물질만 허가한다. 따라서 통상적인 식생활을 하면 첨가물을 섭취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 물질만 섭취했을 때의 이야기다. 여러 첨가물을 동시에 먹을 때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검토되어 있지 않다. 이를테면 A라는 첨가물이 있다고 치자. 그 물질 하나만 먹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렇다면 A, B, C 등 여러 물질을 동시에 먹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전성 실험에도 문제점이 있다. 독성이나 발암성 테스트를 할 때 인체에 직접 투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동물 실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사용량 기준도 동물 실험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쥐에게 A물질 100그램을 먹이자 죽었다고 치자. 그런 경우 사람에게는 그 양의 100분의 1, 즉 1 그램까지는 사용해도 좋다고 결정하는 식이다.

무릇 사람과 동물은 생리 체계가 다른 법이다. 어떤 물질에 대한 분해․흡수 능력이 쥐나 사람이 같다고 보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현상이 개입되는 데다 여러 복잡한 생리 반응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흔히 법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따라서 100퍼센트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복합 섭취의 안전성 문제 또는 동물 실험에만 국한되는 현실 등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소비자 각자의 몫이니 말이다.

참조: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아베 쓰카사, 국일미디어

월간암(癌)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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