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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나요
김진하 기자 입력 2014년 09월 30일 21:46분218,358 읽음
최근 한 매체에서 우리 사회의 독서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책을 너무도 읽지 않을 뿐더러 읽는 책의 분야 또한 공부 잘하기, 취업 등과 같은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더 큰 문제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우리의 생각이 너무도 한 쪽으로만 편협하게 치우쳐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중학생을 위한 국어 어휘력 만점 공부법”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만 보아도 벌써 공부 잘하는 방법을 기술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라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말기암에 걸린 두 명의 청소년이 ‘우리는 죽기 전에 이 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을 쓴 장편 소설입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인생에 대한 철학과 교훈을 얻으려는 학생들의 안목이 보입니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오는 8월 13일에 “안녕 헤이즐”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고를 때 이 책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고려합니다. 공부, 취업, 투병 등.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는 문학적인 면, 정서적인 면을 우선 고려합니다. 영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또 그의 책은 전 국민이 평생에 한번 정도는 읽어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문학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유명한 것은 그의 작품성도 높지만 영국 국민의 문학에 대한 애정이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빛을 내게 이바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셰익스피어 못지않은 훌륭한 문학이 있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한국 출신의 문학인은 찾기 어렵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그저 공부 잘하게 해주는 책, 취업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책 등이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문학이라는 예술의 한 장르는 사라질 위기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생각 능력이 단순화 되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게 되고 문제의식이 떨어지는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일만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바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책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지식과 간접 경험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슬기로운 해결책을 줍니다.

선진국의 경우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고 실제로 교육과정이 책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습관이 된 아이들은 평생에 걸쳐서 책을 읽고 말 그대로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것처럼 독서 습관이 자리 잡게 됩니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마음의 공허함을 독서를 통해서 달래기도 합니다. 비판적인 생각과 문제의식이 생겨서 대부분의 일들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공부와 취업 등은 말할 나위도 없고 암과 같은 큰 병에 있어서 투병을 할 때도 다양한 방법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암환자와 보호자가 상의하여 투병에 대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결정합니다.

월간암(癌)을 발행하면서 참으로 의아한 점은 바로 독자가 대부분 암환자 아니면 보호자라는 것입니다. 일반인이 1년 정도 이런 전문 잡지를 구독한다면 언젠가 자신이 암에 걸렸을 때 무어라도 도움이 될 텐데 왜 암에 걸려서 그것도 말기가 되어서야만 구독 신청을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생각의 폭은 독서량에 비례합니다. 책 속에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거대한 정보의 산에서 옥석을 가려 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심신이 안정되어 편안해집니다. 매우 좋은 힐링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독서가 아닐까요.
프랑스 사람들은 1년에 평균 11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 중에 3권 정도를 휴가 기간에 읽는다고 합니다. 휴가 시즌에는 인터넷서핑이나 TV시청도 줄이고 책을 읽습니다.

휴가철이 되었습니다. 산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이 손에 스마트폰 대신 좋은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책을 한 권씩 들고 시원한 산속에서 혹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저처럼 산과 바다로 떠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집에서 대야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는다면 복중 더위도 시원하게 지나갈 것입니다. 집 앞에 도서관에 한 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시원한 에어컨은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상쾌한 기분으로 책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나오는 신간들을 보면 대부분 남의 나라 사람들이 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들이 많으며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문학이 이전보다 더 암울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저도 이번 휴가에는 좋은 책을 한권 읽고 독후감을 써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숙제가 있었는데 요즘에도 독후감을 쓰는 숙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도 양식이 절실합니다.
월간암(癌)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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