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환자요리
새로울 출발의 기약, 졸업
장지혁 기자 입력 2014년 03월 31일 20:30분337,098 읽음

글: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한식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중략)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중략)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후략)

주거니 받거니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했는지 모르겠다. 노래를 함께 나눠부르며 졸업 당사자들 중에는 울컥한 이도 있겠지만 대체로 슬픈 마음보다 시원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날들에 대한 설렘이 더 컸을 테지만 말이다.

상급학교로의 진학률이 낮았던 더 옛날에는 실제로 졸업식이 울음바다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선생님들이나 친구들과의 헤어짐 자체도 슬펐겠지만 졸업과 함께 본인의 학창시절이 마무리된다는 설움이 모여 그런 사태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배움의 기회를 오래 제공받지 못한 우리 엄마도 졸업식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등교시간만 되면 집 대문 앞에서 상급학교로 진학한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던 과거가 있다.

의무교육과 부모세대의 고단하고 희생적인 삶으로 인해 점차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어지간해서는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되는 현대에는 졸업 이후 당연한 상급학교로의 진학이 예정되어 있거나 진학이 아닌 경우라 하더라도 통신수단의 발달이 함께했던 친구들과 헤어져도 충분히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었다. 때문에 아쉬움이나 슬픔보다는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 차원에서 다분히 형식적인 절차로 졸업식이 치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졸업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가 배움의 단계를 거쳐 서서히 성장하면서 사회적 규범에 익숙해지는 동안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때 이를 축하해주고 더 높은 수준으로의 도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졸업을 바라본다면 말이다.

학생이었을 때는 놀고 싶은 욕구를 늘 억눌러야만 했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서 졸업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그래도 부모님 보호 아래서 공부만 하면 됐을 그때가 가장 편안했던 것을 말이다. 삶에서 주어지는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면 고마움이나 중요함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자주 범하게 되는데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공부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뒤늦게 필요에 의한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매우 크다. 그때는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이런 시간들이 나의 인생에 어떤 기회들을 제공해주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목표의식 없이 그저 주어진 공부만을 강요받고 억지로 붙들려 있었다는 것인데, 온몸으로 배움에 목말랐던 부모세대는 자식들에게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각고의 노력을 하셨음에도 정작 자식들은 그 마음이 부담스러웠으니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교육환경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나처럼 늦더라도 본인이 깨우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역시 인생은 끝까지 배움의 연속이라는 말이 맞는가보다.
소정의 교육을 마친 후 절차상으로 맞이하게 되는 졸업이라는 행사는 무사히 끝냈다는 축하와 칭찬의 의미도 있겠으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기약의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의 진학일 수도 있겠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하는 졸업 이후의 행로를 힘차게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내 학창시절 동안 거친 몇 번의 졸업식에 엄마가 참석하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다. 이제와 더 속상했던 분은 엄마셨구나 이해하는 것이지 그때는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었다. 입이 삐쭉 나온 딸을 위해 아빠가 짜장면이나 불고기를 사주셨던 기억도 있지만 내 인생 최고의 졸업식 음식은 엄마가 손수 지어 차려주신 소박한 밥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에 소고기까지 넣어 밥을 짓고 겨울철 별미인 꼬막을 삶아 무치고 익혀 두었던 동치미를 함께 올린 것뿐이지만, 사실 당시에는 맛없다고 투정부리고 이게 뭐냐고 울기도 했었는데 딸내미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엄마가 늦은 퇴근길 여유 없는 형편에 맞춰 장을 봐다가 밥상을 차리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헤아리게 된 이유로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메뉴가 되어 버렸다.

나 자신과 친구들,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님, 가르쳐준 선생님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졸업, 전통적으로는 비슷한 절차로 책례(책거리 또는 책씻이라고도 함)라 하여 아이가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 떼었을 때 스승에게 감사하고 친구들과 함께 자축하는 의례가 있었다. 초급 과정에서 시작해 학문이 점점 깊어지고 어려운 책을 한 권씩 뗄 때마다 매번 국수장국, 송편, 경단 등을 준비하여 학동의 학업 성적을 부추기고 선생님의 노고에 답례하였다고 한다.

시즌을 맞아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졸업식 밥상을 소개하게 되었는데, 마음이 담긴 음식은 화려하지 않아도 그 맛이 영원히 기억되는 법이다.


콩나물밥

[재료 및 분량]
- 멥쌀 2C, 콩나물 400g, 쇠고기(우둔) 100g
- 고기양념장 : 간장 1t, 다진 파 1t, 다진 마늘 ½t, 깨소금 ½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 밥물 2½C
- 비빔양념장 : 간장 3T, 설탕 1t, 고춧가루 ½t, 다진 파 1t, 다진 마늘 ½t, 깨소금 1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다진 청고추 10g, 다진 홍고추 12g

[만드는 법]
1. 멥쌀은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리고 물기를 뺀다.
2. 콩나물은 다듬어 씻고 물기를 뺀다.
3. 쇠고기는 핏물을 닦고 채 썰어 양념장을 넣고 양념한다.
4. 냄비에 쇠고기와 멥쌀을 넣고 중불에서 볶다가 물을 붓고 센불로 올려 5분 정도 끓이다가 콩나물을 넣고 중불로 낮춰 4분 정도 더 끓인다.
5. 주걱으로 위아래를 고루 섞고 약불로 낮춰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6. 그릇에 담고 비빔양념장과 함께 낸다.


동치미
[재료 및 분량]
- 무 3½개, 굵은 소금 4T
- 소금물 : 물 50C, 소금 1½C
- 실파 50g, 청갓 50g, 마늘 100g, 생강 60g, 불린 청각 30g, 삭힌 고추 100g, 배 1개

[만드는 법]
1. 무는 무청과 잔털을 떼고 깨끗이 씻어 굵은 소금에 굴려서 2일 정도 절인다.
2. 실파와 청갓, 마늘, 생강, 불린 청각은 손질하여 깨끗이 씻은 후 실파는 2~3줄기씩 묶고 마늘과 생강은 채 썰어 청각과 함께 면주머니에 넣어 묶는다.
3. 삭힌 고추는 손질하여 씻고 배는 씻어서 젓가락으로 여러 군데 구멍을 낸다.
4. 냄비에 소금물과 절여진 무에서 나온 물을 붓고 센불에서 20분 정도 끓인 후 식혀서 동치미 국물을 만든다.
5. 항아리에 절인 무를 넣고 나머지 재료를 넣은 후 소금물을 부어 무거운 것으로 눌러 둔다.


꼬막무침
[재료 및 분량]
- 꼬막 400g, 소금 약간, 삶는 물
-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간장 2T, 고춧가루 2T, 다진 파 2T, 다진 마늘 1T, 참기름 ½T, 깨소금 1t

[만드는 법]
1. 꼬막은 소금물에 해감 시켜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물이 끓으면 꼬막을 넣고 한쪽 방향으로 저으면서 익힌 후 꼬막의 한쪽 껍질을 뗀다.
3. 접시에 꼬막을 올리고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어 꼬막 위에 올린다.

월간암(癌) 2014년 2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