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암 기사 내용, 특히 투병기에는 특정 약품이나 건강식품 등의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투병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의 섭취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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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
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
- [에세이] 고정희 시인 생가(生家)에서
글: 김철우(수필가) 오롯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선 길은 아니었다. 남도사찰기행의 하나로 해남 지역의 사찰 몇 곳을 둘러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군청에서 우편으로 받은 해남 지도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가야 할 곳을 찾아 일정을 정리하다가 ‘고정희’란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생가가 남도 어디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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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茶山草堂)을 오르며
글: 김철우(수필가) 300m. 다산초당 입구에서부터 다산초당까지 지도상의 거리는 300m였다. 평지라면 3분 남짓한 거리. 경사를 짐작할 수 있는 등고선도 초당에서부터 정상을 향해 그려져 있었다. 전날 초당 근처의 황토방에서 따뜻하게 몸을 지지며 느긋할 수 있었던 것은 만덕산 골짜기가 아무리 험해도 300m 거리는 쉽게 오를...
- [에세이] 손으로 말해 주세요
글: 김 철 우 철판으로 만든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굽는 풀빵은 찬 바람에 옷깃을 올리는 겨울의 초입이면 어김없이 입맛을 당긴다. 쫀득한 밀가루 반죽 속에 숨겨진 단팥의 맛은 한겨울의 추위를 잠깐 이나마 잊게 하는 맛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풀빵의 대명사 격인 붕어빵에서 나아가 ‘황금 잉어빵’까지 등장하여 입맛을 자극하고 있으나...
- [에세이] 경호
글: 김 철 우(수필가) 아무리 노력해봐도 성(姓)은 기억나지 않았다. ‘경호’라는 이름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런데 비틀거리는 내 기억 속에서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바로 녀석의 얼굴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심한 곱슬머리 그리고 작고 처진 눈이 항상 능글맞게 웃는 표정을 하고 있던 녀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것은 또렷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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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골목길
글: 김철우 오래전 내가 살던 상도동의 집 앞에는 골목길이 있었다. 폭은 오 미터쯤 되고 길이는 백 미터쯤 되는 이 골목길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골목길은 폭과 길이가 거의 같아서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었고, 왼쪽에 있는 골목길은 폭이 조금 더 넓긴 했으나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한쪽 경사면을 차지하고 있...
- [에세이] - 냄새
글: 김철우(수필가) 현관문을 열자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익숙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음식물이 탄 냄새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한껏 놀란 코끝은 두리번거리며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다. 아내가 저녁 메뉴로 장조림 운운한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고기 탄 냄새일 텐데, 집안 살림이라면 9단은 족히 되는 집사람의 실수 또한 낯선 일이다.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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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종이컵
글: 김철우(수필가) 병실을 가장 아늑하게 만드는 벽의 색깔은 분홍색이라는데, 흰색이 가진 확장성 때문일까. 순수성 때문일까. 내가 다니는 병원의 병실 벽은 여전히 흰색이다. 이번 7층 병실의 시선은 창문 밖의, 사용하지 않는 옥외 주차장으로 이어져 개방성은 썩 마음에 든다. 옥외 주차장 너머에는 특급호텔이 위용을 자랑하듯 서서 시선...
- 석상(石上) 오동나무
글: 김철우 | 수필가 몇 해 전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명장(名匠)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발행하던 잡지의 인물 취재를 목적으로 최예찬(태귀) 명장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사진 몇 컷을 담은 후 그의 작품을 모아 놓은 응접실에서 마주 앉았다. 전통 현악기 제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제조의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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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또는 균형
글: 김철우 | 수필가 내가 속한 문학단체의 시화전은 매년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열린다. 따스한 햇볕과 차가운 바람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계절의 경계다. 한낮의 포근함을 즐길 생각에 또는 추위를 피할 생각에 차림새를 갖췄다면 서로 다른 날씨 탓에 한 번쯤은 판단 실수를 자책하게 되는 그런 시기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몇 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