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암 기사 내용, 특히 투병기에는 특정 약품이나 건강식품 등의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투병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의 섭취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 태안, 소매 끝에 묻은 얼룩
글 : 김철우(수필가) 날은 좀처럼 개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앞에 둔 머릿속처럼 세상은 온통 뿌연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이런 날은 누군가가 집채만 한 고무호스 끝을 오므렸다 펼치며 끊임없이 안개를 뿜어대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산만 한 부채를 부치며 이 안개를 다 날려버릴 때까지 경쟁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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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새가 울자 해가 뜨고
글: 김철우 차는 남해고속도로의 순천나들목을 나와 17번 국도에 들어서고 있다. 여수(麗水)로 향하는 이 길 위에서 ‘순천만’이란 이정표를 보자 잠시 고민에 빠졌다. 들렀다 갈까. 863번 지방도와의 분기점이 다가오자 한숨처럼 해가 지던 와온해변이 그리워졌다. 물만 정화(淨化)하는 줄 알았던 갯벌이 사람의 마음도 정화한다는 것을 안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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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그 바람길을 따라서
글: 김철우 (수필가) 바다와 섬을 찾아 나선 내게 ‘어느 바다가 가장 좋더냐’라는 질문을 해온 친구가 있었다. 바다와 섬만 있으면 되지 어느 바다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그땐 웃고 말았지만, 만약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은 바다를 고르라는 질문이었다면 크게 주저하지 않고 남해를 선택했을 것이다. 기실 남해의 항, 포구와 섬 그리고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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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서 엽서를 쓰다, 소매물도
글: 김철우(수필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앉아 시계를 본다. 출항하려면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다. 배표도 끊었으니 이제 느긋하게 식사나 하면 된다. 소매물도가 워낙 외진 섬이라 식당도 없고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으니 약간의 먹을거리만 준비하면 그만이다. 민박집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편한 곳이면 편한 대로, 불편한...
- 마음이 약국이다
글:박순근(힐링타운 다혜원 촌장) 2,0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오늘날 치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가 몸과 마음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라톤의 말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문제점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의사들은 질병 치료에 있어서 마음과 영혼의...
- [에세이] 아버지의 뒷모습
글: 김철우(수필가) 뒷머리의 길이와 정리된 정도. 때로 바람에 날려 헝클어지며 머리카락 사이의 두피가 언뜻 보이기도 하는. 어깨의 기울기와 대칭. 등의 굽은 각도. 걸을 때 팔꿈치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상박, 하박의 각도. 감정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지는 것에 의해 유기적으로 흔들리는, 또는 바람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부서지거나 ...
- [에세이] 미역국 먹는 날
글: 김 철 우(수필가) 오늘도 미역국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사발에 안다미로 퍼준 미역국을 받아 들자 증진 효과라도 있는 듯 식욕이 일었다. 오랜 시간 끓여 부드러워진 미역과 적당한 양의 소고기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바다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국물은 사발을 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후에야 수저를 놓게 했...
- 가자미식해(食醢) 유감(遺憾)
글: 김 철 우(수필가) 남도의 사찰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때로는 절집에 들러 하룻밤 머물기도 하고, 한나절 절집 마당을 서성이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그런 일정 중에 근처의 유명한 맛집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르는 편이다. 지난봄 부산 금정산 주변의 먹거리를 찾다가 한 식당 이름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북한음...
- [에세이] 오래된 집
글: 김철우(수필가) 상도동의 그 골목길 끝에는 아직도 가로등이 서 있다. 골목 입구의 구멍가게는 이제 ‘나들가게’라는 그럴듯한 간판으로 단장했고, 맞은편에 있던 대림탕은 역시 채산성을 고려한 건축업자에 의해 꼬마 빌딩에게 자리를 내줬다. 어린 시절, 두려움 속에 달렸던 골목 양쪽의 키 낮은 기와집들은 이미 공동주택들이 들어서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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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지키지 못한 약속
글: 김철우(수필가)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열 발자국쯤 앞에서 길을 걷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시선을 잡는다. 풍성하지만 온통 하얗게 센 머리에, 약간 굽은 등, 남들보다 좁은 보폭과 빠른 걸음걸이가 영락없이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돌아서서 말씀하실 것 같아 거리를 유지하고 뒤를 따르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