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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국내 첫 의사(醫師) 장기기증자, 20주기 추모음악회 열려
장지혁 기자 입력 2013년 06월 21일 20:44분571,793 읽음

"내 안에는 감사한 당신이 있어요""의사 뇌사장기기증 고 음태인을 기리는 20주기 추모 음악회에 사회를 맡은 이 에스더입니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중년 여성의 인사를 시작으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6월 20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다른사람의 간을 이식 받은 환자들이 음악회를 연 것. 올해는 5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 국내 1호 젊은 의사 故 음태인(당시 25세)씨의 추모 20주년이라 의미를 더했다.

음악회의 사회를 맡은 이 씨(여, 57세)는 간경화로 1993년부터 10년동안 투병생활을 했고 치료를 위해 색전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복수가 차올라 생명이 위독했던 상태에서 2003년 극적으로 간을 공여할 뇌사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형편이 어려워 선뜻 수술을 하겠다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던 이 씨를 여러 이웃이 도와 성공리에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새로운 생명을 공짜로 받았기 때문에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이 씨는 본인의 투병생활을 통해 얻은 삶의 교훈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어 2002년 부인의 간을 이식 받은 후 급성거부반응으로 뇌사자의 간을 재이식 받아야 한 했던 정석만 씨는 준비한 통기타 연주에 앞서 "제게 새 삶을 선물해주신 장기 기증자분과 병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어렵게 받은 새 생명, 앞으로 소중히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타 병원과의 교환 간이식으로 극적인 삶을 되찾은 박성우 씨는 친숙한 가요뿐만 아니라 팝송을 선사해 관람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장기를 기증받은 환자들의 음악회는 이 병원 인턴으로 근무했던 음태인 씨를 기리기 위한 음악회이다. 평소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불었고, 스키를 잘 타고, 친구가 많았던 고인은 1993년 6월 22일 교통사고로 뇌사했다. 고민 끝에 고인과 고인의 아버지인 소아과 의사 음두은(78) 박사의 모교인 가톨릭의대로 옮겨 장기를 기증하게 되었다.

서울성모병원 김인철 명예교수가 장기 척출 수술을 집도했다. 김 교수는 음 박사의 대학 동기이자 고인의 스승이었다. 고인과 함께 공부한 전공의와 인턴들은 스승 뒤에 서서 수술을 참관했다.

고인과 동기인 김양수 교수(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는 "태인이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아 남자 동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본과 4학년 때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에서 서로 책상 자리를 맡아주며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느라 밤샘 공부를 함께 했던 태인이가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동기들 모두 오열했었다" 고 말했다.

고인의 간․신장․각막을 이식받은 사람 5명은 지금까지도 건강하다. 20년이 지난 현재 서울성모병원에서 뇌사상태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사람은 200명, 이를 통해 새 생명을 받은 환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생체 이식을 포함하면 간 이식 환자가 780명, 신장 이식환자는 2200명이다. 한 명의 숭고한 희생을 시작으로 생명을 나누는 문화가 꽃을 피운 것이다.

고인의 간 이식 수술을 집도한 김동구 교수(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과 고인 가족의 헌신적인 결정 덕분에 우리 병원의 간이식 수술을 처음 시작할 수 있었다"며 "고인 뿐 아닌 장기를 기증해 주신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은 "이식 받고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여가로 악기 까지 연주하는 환자들을 보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마음에 음악회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뇌사장기기증이 더욱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으로 새 삶을 살며 서로 감사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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