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아내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
김진하 기자 입력 2013년 03월 31일 18:44분635,284 읽음
오랫동안 알고 있는 후배 부부를 만났습니다. 후배의 부인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축하를 하는 저녁식사였습니다.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왔는데 부른 배만 보아도 후배는 어찌나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후배는 기타리스트입니다. 홀아버지 밑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래며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알려진 락그룹에서 기타를 치고 있지만 벌이는 그리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다행히 부인도 음악을 좋아해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감수하면서 음악의 길을 계속 걷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4년째에 드디어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설레는 후배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식사 중에 후배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아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임신 7개월에 접어들어 검진하러 산부인과에 들렀는데 담당의사가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답니다. 아이에게 이상이 생겼다며. 대학병원 산부인과로 가서 많은 검사를 하고서야 아이의 머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나마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만 밝혀졌을 뿐 어떤 문제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진행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현재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치료를 위해 수술로라도 아이를 낳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좀 더 두고 보자고 하였고 이제 출산 예정일을 2주 남기고 있노라고 말합니다.

후배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신의 어렵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준 아내에 대한 사랑, 태어날 아픈 아기에 대한 걱정과 새 생명에 대한 감사를 말합니다. 가장으로서 아이의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그리고 여태껏 끊지 못한 담배를 단번에 끊게 만들었으니 아기는 뱃속에서부터 효자라면서 좋아라합니다.

또 한 부부가 있습니다. 50대 중순쯤 되는 부부였는데 부인이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끝낸 상태에서 만났습니다. 다소곳한 매무새에 조용히 자신의 몸 상태를 말하는 부인과 다소 과격해 보이는 남편으로 성격이 서로 판이하게 다른 부부였습니다. 두 자녀를 두고 계셨는데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아들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이제야 한숨 돌리며 여행도 아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며 즐겁게 인생 후반부를 보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부인이 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부인은 위절제 수술을 한 뒤라서 몸무게가 급격히 줄어들어 말랐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몸과 마음이 모두 충전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남편의 직업은 무역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남아나 홍콩 등지에서 주로 생활하였고 부인은 가정을 지키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결혼 초창기부터 부부는 함께 보낸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그런 남편은 시절부터 부부는 그렇게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고 남편은 부인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보입니다. 마치 자신 때문에 부인이 암에 걸린 것처럼 마음 아파하면서 같이 지내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눈물로 떨어집니다. 남편은 부인을 매우 사랑했고, 아픈 아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각오가 있었습니다.

두 분은 치료와 요양을 위하여 지리산 자락에 조그마한 집을 얻었습니다. 병원의 의사는 당장 항암치료를 권했지만 부부는 항암치료를 뒤로 미루었습니다. 위 절제 수술을 한 터라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다가 몸을 조금 더 추스르고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 된 후에 항암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시골로 옮긴 부부는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야채를 심고 가꾸고 햇빛 아래 얼굴이 시커멓게 탔습니다. 남편은 도시에서만 살았고 평생 야채는 마트 진열대에서 사본 것이 전부였는데 처음 흙을 손에 묻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보았다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면서 점차 초보농사꾼이 되어갔습니다. 매일 시간을 내어 부인과 산을 올라 버섯이나 약초 등도 캐서 가족이 먹고 남은 것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바쁘게 지냈고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부인은 건강해졌는데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서 조금 더 머무를 생각이라고 합니다.

두 남편은 커다란 절망 속에서 잊고 있었던 사랑을 되찾고 있습니다. 시작은 아이와 아내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가족에서 그 옆의 사람들에게로 영향을 미치고 이제는 많은 주위 사람들이 두 남편을 보며 사랑의 강력한 치유의 힘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아픈 사람들은 기적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 두 남편은 기적이란 자고 일어났더니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사랑이고 노력이고 시간의 결실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남편들의 사랑은 건강한 아이와 건강한 아내를 선물로 보답 받을 것입니다.
새봄이 찾아옵니다. 마주보고 따뜻하게 웃음을 전하는, 서로에게 선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월간암(癌)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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