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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완성을 돕는 모현호스피스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11월 17일 15:41분888,355 읽음

경기도 포천에 2005년 문을 연 모현의료센터(www.mhh.or.kr)가 있다. 국내에서 처음 호스피스활동을 시작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 건립한 독립형 호스피스병동이다. 3층 건물에는 19개의 병상과 임종실을 두고 있고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입원한 사람들보다 돌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다.
원장인 스텔라 수녀는 “병상이 20개 이상이면 체계적인 호스피스 관리는 부적절합니다. 병상을 더 늘려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곳 경제적인 사정을 잘 알고 안타까워서,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겠지만 호스피스는 질적으로 케어가 힘들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암 등 말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6만 여명에 이른다. 이중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시설인 호스피스 센터에서 삶을 정리하는 이는 채 5%도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말기 환자의 39.2%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임종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한 호스피스전문의나 전문간호사제도 없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족하다. 가족 또는 보호자가 호스피스를 이해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쉽게 호스피스로 옮기자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호스피스는 죽음, 또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환자가 받아들일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말기암환자들이라 고통에 시달리고 분위기도 어두울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모현호스피스에 오면 알게 될 것이다. 이곳은 너무나도 밝고 환하고 활기차다. 우선, 환자들의 가장 큰 고통인 통증관리가 즉시 이루어진다. 몸의 상황이 극히 나쁘다 해도 이곳 입원실에서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통증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침상에 누워 거동이 불편하다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복도가 침상이동이 가능하도록 넓게 설계되어 있고 엘리베이터 시설이 있어 침상 그대로 이동하여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쏘이기도 하고, 1층에 모여 영화 관람도 하고 3층 테라스에서 음악회를 감상하기도 한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함께 놀고, 인형극도 합니다. 머리를 다듬고 싶어 외출도 하고, 근교의 바다가 보고 싶을 때도 함께 나갑니다. 또, 병실에서 환자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변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갑니다.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살도록 하고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준비를 하고 시간을 갖기에는 너무 늦게 호스피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호스피스는 통증조절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토탈 케어의 개념입니다. 치료라는 개념이 있지만 정신적인 관리까지 함께 포함됩니다. 또한 환자만이 치료의 대상이 아니고 환자와 그의 가족 모두가 간호의 대상입니다. 환자가 죽음의 과정을 겪는 동안 가족도 모든 과정을 함께 겪으며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예측되는 상실과 슬픔에 대비하도록 가족을 돕게 됩니다. 임종환자는 임종과 함께 간호가 끝나지만 남은 가족은 오래도록 실의와 상실감에 휩싸이기 때문이죠.”

목욕실이 따로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들은 전신목욕을 받을 수 있다. 한지공예와 미술치료, 아로마 마사지도 자원봉사자들이 팀을 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말벗, 차량이동 서비스도 지원된다.
입원실에서 만난 환자와 그의 가족의 표정은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 귤을 까서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바로 밖의 테라스로 산책도 나간다.

영국에 총본부를 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소속 수녀 40여명이 환자 한명 한명을 빠짐없이 어루만지고 대화하고 치료한다. 자매회는 지난 1965년 강릉에 갈바리의원을 개원해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했고, 1987년부터는 서울에서 <모현 가정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입원하지 않고 가정에 있는 환자들과 가족이 원할 경우, 가정을 찾아 활동하고 있다.

현 포천의 모현의료센터는 독립형 호스피스(별도의 건물로 호스피스만 운영)이고, 서울의 모현호스피스는 가정방문 호스피스(환자는 가정에 머물면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봉사가 한 팀이 되어 관리)이다.

“죽음의 조절은 출산의 조절과 같으며 이것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문제다”라는 말처럼 모현(母峴:성모의 언덕)의 모든 이들은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남은 생을 충만하고 풍요로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죽음은 누구나 맞는 삶의 완성 단계입니다. 준비하는 자에게는 죽음도 축제가 됩니다.”라고 마무리를 짓는 원장 스텔라 수녀의 얼굴은 내내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통상 대학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입원비가 월 50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드는 데 비해 여기는 60만~100만 원 정도로 저렴하고, 병상이 1인실 2인실 4인실로 되어 있지만 이것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방이 배정될 뿐 드는 비용은 모두 같다. 이는 후원자들의 도움과 수녀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작은 기도실 앞에는 그동안 호스피스에서 운명을 달리한 환자들의 이름과 수녀님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들을 위한 기도는 그치지 않고 언제나 계속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년에 걸쳐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절대 다수(95%이상)가 일반 병동에서 지낼 때보다 경제적 부담 감소, 환자의 가족의 정서적 부담 감소, 가족 구성원 갈등의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또,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도 호스피스를 권유하겠다고 대답했다.
전인적 돌봄이 아닌 의학적 치료에만 치우쳐 있는 우리의 현실은 고가 장비의 1인당 설치비율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최신장비로 무장되어 있고 3차 병원은 발 디딜 틈 없이 환자로 미어지지만 정작 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수준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호스피스 서비스가 늦게 도입된 일본이나 대만도 현재 우리보다 10년 이상은 앞서 있다. 홍콩은 65%, 싱가포르는 74.9%, 대만은 90% 이상이 가정 호스피스(가장 이상적) 돌봄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2~5%내외이다.

***포천 모현호스피스(독립형)

*시설안내
*병동 : 1인실, 2인실 및 4인실로 구성(상급 병실료 없음)
*의료시설 : 진료실, 간호사실, 물리치료실, 아로마실(현재 아로마 마사지는 직접 병실에서 개별로 해드림)
*편의시설 : 식당, 가족휴게실, 목욕실, 1,2층 휴게실, 야외정원, 자원봉사자실, 기도실, 상담실, 교육관
*직원 : 전문의, 간호사, 사회사업과, 약사, 영양사, 임상 병리사 등

*입원안내
*의료보험증, 중증환자 등록증, 주민등록등본
*이전에 치료받은 의료기관의 소견서 혹은 진단서
*일반 개인 지참물 : 세면도구, 식사 관련 물품, 옷, 기저귀, 소모품 등

*찾아가는 길
*전화 031-535-0066
*주소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 153-3
*이메일 mpotter1887@yahoo.co.kr

***모현 서울 가정호스피스

*의뢰와 상담
*대상 : 병원에서 암 말기진단 후 퇴원, 치료중이나 불안하고 고통, 사별가족 등
*방문 : 의사와 담당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직접 집이나 병문으로 방문.
*거리 : 서울 및 근교의 1시간 이내 지역 가능.*비용 : 전액 무료.
*치료 : 진찰 및 투약으로 통증 완화, 증상조절, 상담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영혼의 평화를 목적.

*Day Care(낮 병동, 주간보호)
*날짜 : 매월 2회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 실시.
*시간 : 오전 10시~ 오후 3,4시 귀가. 이동은 봉사자가 도와드림. 가족 참여가능.
*진행자 : 간호사, 아로마치료사, 예술치료사 함께 진행.
*프로그램 : 미술치료, 원예치료, 음악치료, 아로마 맛사지, 푸드테라피 등 병행.

*찾아가는 길
*전화 02-779-8245
*주소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44
*이메일 hospice63@hanmail.net

월간암(癌)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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