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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가공식품 섭취법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8월 27일 12:59분5,355 읽음
사회가 발전하면서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하루 세끼 중에서 가공하지 않은 식품으로만 섭취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봐야 할 정도로 우리의 식탁은 자연과 거리가 멀어졌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손질하고 요리하였으므로 집집마다 음식 맛이 달랐으며 보통은 엄마의 손맛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생활양식은 완제품, 반조리, 혹은 밀키트 형식으로 정형화된 식품을 구입해서 냉장고에 보관한 후 데워 먹거나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요리할 수 있는 식품이 많아졌다. 세상이 변해가면서 식생활도 그에 맞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량생산 과정에서 잘못된 제조, 유통과정을 거치게 되면 변질되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냉동, 냉장시설이 잘 되어 있어 그런 일은 드물지만 과거에는 큰 사고가 많이 보도되곤 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보툴리누스균은 매우 치명적인 균으로 알려져 있다. 극히 소량만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 1그램의 보툴리누스균은 1,000만 명을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만들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청산가리보다 수십만 배 높은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툴리누스균에 의한 대형 참사는 일본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 1984년 이 균에 36명이 감염되었는데 그 중에 1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연근겨자무침을 식사와 함께 섭취했던 사람들이 치명적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되었던 것이다. 식재료로 사용했던 겨자 속에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있었던 것이다. 식중독 사고치고는 사망자가 많아서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보툴리누스는 라틴어로 ‘소시지’를 뜻하는데 세균의 모양이 소시지를 닮았을 뿐더러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에 서식하면서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이 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육하는 혐기성 세균이다. 그래서 캔으로 되어 있는 통조림이나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식품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포자를 만들어 숨어 있다가 다시 산소가 없어지거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되면 포자에 숨어 있던 세균의 유전자가 다시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보툴리누스균은 신경독으로 신경세포에 침투하여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정확하게는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활동을 멈추게 한다. 감염 초기에는 구역질과 구토 등의 위장장애가 생기며 점차 근육이 마비되고 혀가 기능을 상실한다. 그리고 눈이 침침해지며 침이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사지마비 상태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호흡곤란으로 위험에 빠진다.

치료법은 혈청요법을 사용하는데 나이가 어린 영아는 치료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감염을 미리 예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시지나 통조림은 개봉 즉시 섭취하며 개봉 이후에는 끊여서 섭취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버리는 것이 낫다.

100도 이상의 열을 2분 정도 가하면 균의 대부분은 불활성화 되지만 포자 속에 있는 균까지 살균하기 위해서는 6분 이상 열을 가해야 안전하다. 요즘 나오는 가공식품은 살균과정을 거쳐서 대부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균이므로 포장을 뜯고 바로 섭취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보툴리누스 균 때문에 생기는 식중독 사고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과거에는 매우 치명적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던 식중독균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보툴리누스균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의약품이 개발되었다. 이 균은 근육이나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이용한 의약품이다. 보통 구안와사로 알려진 안면 마비 증상, 눈 근육을 조절하여 사시를 치료하기도 하며 목이나 어깨 등의 근육이상이 생겼을 때도 보툴리누스 독소를 치료제로 이용한다.

또 최근에는 주름을 없애는 주사제로도 개발이 되었는데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보톡스가 바로 이 균을 이용한 치료제이다. 우리가 섭취했을 때는 심한 독성으로 인체에 커다란 위험을 주지만 과학의 힘으로 여러 방면의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가공식품의 제조나 유통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허점이 생기면 무서운 식중독균이 발생하여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 그러한 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도 최소한의 안전사항을 숙지하여야 한다. 사고는 일어난 후에 처리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더욱 중요하며 현대사회처럼 대형화, 공장화가 진행된 상태에서는 한 번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통조림,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은 한 번 더 상태를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고 쓰레기통에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가공식품 섭취 후 이상한 반응이 생기면 지체 없이 가까운 병원을 찾아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식중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체될수록 치료하기 까다롭고 운이 없게도 치명적 균에 감염이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균에 감염되고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라면 간단한 위세척만으로도 치료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치료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월간암(癌)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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