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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받게 될 황금 돼지의 복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02월 03일 15:01분5,255 읽음
12지신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돼지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첫 날이 되면 언제 그 해의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는지 뉴스에 나오곤 하는데 올해는 돼지 중에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하여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돼지띠의 해만 되면 다른 띠의 해에 비해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1971년생이 94만여 명으로 나이별로 제일 많은 인구입니다. 저도 여기에 속합니다. 또 2007년도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그 해도 돼지띠의 해여서 전년도보다 대략 10% 정도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커서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됩니다. 돼지띠의 해만 되면 매번 황금 돼지띠의 해라고 하는데 사실은 1959년도가 황금돼지였으며 그 다음으로 올해입니다. 돼지띠 해만 되면 황금을 앞에 붙이기도 하는데 출산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기해(己亥)년이 바로 황금돼지해로 올해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대부분 남을 비하하는, 욕에 쓰입니다. 예를 들어 개XX, 돼지XX 등은 남에게 모욕을 주는 나쁜 언어입니다. 하지만 돼지는 세련되고, 저돌적이며, 정력도 강해서 많은 자손을 남기고, 모계 사회를 이루어 어미는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보살핍니다. 돼지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보면 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돼지는 깔끔하고 청결하게 생활합니다. 저돌적이라는 것은 호랑이도 돼지를 보면 도망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또 돼지는 대략 30분 정도 교미를 하고 한 배에 10~12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 혼자서 새끼들을 돌보는 모계 사회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야산에서 만나는 멧돼지 가족은 어미 한 마리가 십여 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유유히 다니곤 합니다. 돼지는 머리가 무척 좋아서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비좁은 사육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만 접할 수 있는 지금은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몰살되는 대상이 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가축의 복지를 법으로 정해서 구제역이 생겼다고 함부로 몰살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비록 마지막에는 도살장으로 가게 되더라도 살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럽지역에서는 구제역 발생률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케이지에서 공장식 사육을 당하지 않고 가축동물의 복지를 지키려는 노력이 건강한 돼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은 동물 복지에 기반을 둔 최첨단의 사육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도 복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인간은 보편적으로 존엄하다는 기본 윤리가 있는 것처럼 동물도 살아있는 그날까지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합니다.

다른 동물에게 잔혹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는 복을 바라는 것처럼 모순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복을 바란다면 복 받을 일을 하면서 행운을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요? 황금 돼지의 해가 밝았으니 뭐든지 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안일하게 시간을 지낸다면 기다리고 있는 행운과 황금의 복마저 다른 곳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운이 따른다는 말은 자신의 노력에 운이 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복중의 복 황금 돼지가 올 한해 우리와 같이 지내는 동안 행운과 복을 계속해서 물고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복이 무엇인지 길을 정하고 일 년 동안 노력을 더한다면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해입니다. 보통 필요로 하는 것들을 복으로 빕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건강이 안 좋아 아픈 분들은 건강 회복을 빕니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은데 못 만나고 있다면 다시 만나는 게 큰 복이 됩니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복은 없어 보입니다.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이 되지 않았다면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큰 복입니다. 암과 투병하는 분들은 몸속에 있는 암이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복입니다. 그래서 암에 대한 아무런 걱정 없이 일상으로 복귀해서 암 극복자로서 새로운 삶을 이루는 것입니다. 투병 노력을 지속해 왔다면 그 노력에 더해서 운이 따르는 황금돼지 해가 되시길 빕니다. 회복에 대한 희망이 미약하신 분들은 다시 심기일전하여 삶의 희망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월간암(癌)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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