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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식 LCHF)

이 기사는 구효정 기자가2018년02월28일 18시56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9847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힐마루요양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최근 삼겹살 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이른바 저탄고지 열풍으로 버터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삼겹살이 금겹살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탄고지란 밥, 빵, 떡, 국수 같은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고, 고기, 생선, 버터 같은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먹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을 말한다.

이 다이어트는 어린이 뇌전증 환자 치료를 위해 1920년대 미국에서 널리 쓰던 ‘케톤 식이요법’의 일종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고 지방을 섭취하면 대체에너지로 지방을 사용하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대사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이 뇌전증 등의 경련을 억제 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후 케톤 식이요법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앳킨스 박사에 의해 밝혀지면서 현재의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로 발전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단기간에는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체지방을 감소해 체중이 줄 수 있다. 또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지방에서 뇌로 전달돼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고지방식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툴레인 의대 리디아 교수팀은 성인 150명을 대상으로 1년간 한 그룹은 ‘저탄수화물 고지방(지방 30% 미만)’ 식단을, 다른 그룹은 ‘고지방 저탄수화물(지방 40% 이상)’ 식단을 먹게 했다. 그 결과 ‘고탄수화물 저지방’ 집단이 평균 1.8㎏ 감량한 반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그룹은 평균 5.3㎏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로리가 높으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명제는 이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상식으로 자리 잡아 의심의 눈초리조차 보내지 못할 자리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음식과 영양소를 ‘칼로리’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체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에서 대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중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62년 전인 1956년, 케크윅이라는 영국 의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비만환자들에게 하루 1000㎉(킬로칼로리)만을 섭취하도록 한 결과 1000㎉ 중 90%를 탄수화물로 섭취한 그룹은 체중이 증가한 반면, 90%를 지방으로 섭취한 그룹은 체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의 이리스 샤이 박사도 2년에 걸쳐 저지방식·지중해식·저탄수화물식을 먹게 한 결과 저탄수화물식을 먹은 이들의 체중감소 폭이 컸다는 결과를 2008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2005~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20세 이상 여성 중 지방 섭취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 체질량지수와 복부둘레가 가장 낮았고, 지방 섭취가 가장 적은 그룹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과도한 체중 증가는 단순한 칼로리 과잉보다는 만성적인 탄수화물 과다섭취, 그중에서도 ‘설탕 섭취’로 인한 인슐린 과잉과 인슐린 저항성의 악순환에 의한 결과이다. 체중을 감량하려면 인슐린 분비를 줄여야 한다. 인슐린은 지방의 저장을 촉진하고, 분해를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이 때문에 인슐린 자극이 가장 적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비만국가란 오명을 쓰고 있는 미국을 보자. 지방을 적게 먹도록 권장한 지난 30년간 미국인의 식사 중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나 줄어들었고, 곡물은 단 1% 증가했다. 소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가공식품과 디저트였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설탕’이다. ‘설탕의 역습’이 비만과 대사증후군·당뇨병·심장질환 등을 불러온 것이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습관을 따르다 보면 설탕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줄어든다. 설탕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멀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쉽게 설탕의 유혹에서 벗어났다는 말을 듣곤 한다. 설탕으로 망친 건강과 체중이 회복되고 나면 죄가 없는 쌀·고구마 등의 탄수화물은 그 양을 늘려 먹을 수 있다. 하루 두세 공기의 밥을 먹어도 설탕을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식습관은 신선 농축산물과 지역의 먹거리를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식품첨가물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려면 혈액 속의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낮춰야 한다는 이론이 오랫동안 의학계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응급실을 내원한 심근경색 환자들의 자료를 모아보니 LDL 콜레스테롤과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인 여성보건계획 연구결과에서도 저지방 식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개선시키지 못했다. 반면 샤이 박사의 연구를 비롯해 18개의 연구결과에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습관은 중성지방과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그동안 콜레스테롤에 과도한 관심이 집중됐지만, 콜레스테롤은 원인이 아닌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슐린이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인슐린 과잉과 당뇨병을 개선시키고 심장질환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풍부한 육류와 신선한 채소, 개인별 탄수화물 적응량에 따른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가 정말 골고루 잘 먹는 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바른 영양 섭취 계획 없는 무분별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장기간 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선 탄수화물을 적게 먹거나 먹지 않을 경우 기분을 더 우울하게 할 수 있다. 탄수화물은 기분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두뇌 기능의 연료가 되는 탄수화물 공급이 없을 경우 공부하는 수험생이나 머리를 써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자칫 일의 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지방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케톤체가 혈중 케톤 농도를 높여 두통이나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

또 과다한 단백질 섭취로 신장에 무리가 가고 다량의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로 고지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로 탄수화물의 섭취가 줄어들면 근육소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 피부와 모발에도 악영향을 미쳐 탈모가 일어날 수도 있다.
변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갑자기 줄어들면 우리 몸은 일차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대신 몸 속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대체 에너지로 이용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하루 100g 이하로 줄어들면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대사성 물질이 생겨나고 소변량이 과다하게 증가하게 된다. 소변량이 늘어 체내 수분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수분이 적은 딱딱한 변이 만들어져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한 연구결과 중 1년 이상의 장기연구는 거의 없다. 메스꺼움과 변비·소화불량 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실천할 수 없는데다 신장결석·근육위축·우울증·미네랄 결핍·성장발달 지연·골다공증·부정맥·췌장염 등 다양한 부작용도 보고돼 있다. 극히 드물지만 급성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저탄고지 식이요법처럼 극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야 체지방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신체활동량보다 줄이면 무조건 체지방은 빠진다. 섭취량보다 신체활동량을 더 늘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저탄고지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밥과 같은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아야 하지만, 운동량을 늘인다면 어느 정도의 탄수화물을 먹어도 가능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기 등 동물성 식품 속에는 집단사육에 의한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의 오염이 심각하게 우려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으므로, 극단적인 식이요법 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법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