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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계획서 작성한 암환자 국내 첫 존엄사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7년 12월 06일 12:59분6,210 읽음
지난해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법적 절차를 거쳐 존엄사를 선택한 첫 사례가 나왔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품위 있는 죽음’을 요청한 김 할머니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한 지 8년 만이다.

2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의료기관인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암 환자가 최근 숨졌다.

이 환자는 생전에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작성하겠다는 뜻을 의료진에게 밝히고 직접 서명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하려는 환자가 이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서류다. 이 환자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의 네 가지 연명의료 행위를 모두 받지 않겠다고 했고, 그 뜻에 따라 편하게 임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고통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임종했다”면서 “병세가 악화돼 자연사(自然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뜻을 받들어 의사가 네 가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문서다. 의사가 환자를 설득해 작성할 수도, 반대로 환자가 의사에게 요청할 수도 있다. 이번에 존엄사(자연사)를 택한 환자는 평소 ‘연명의료가 불필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해 2월 제정돼 지난달 23일부터 시범실시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후 지난 20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648명이다. 그러나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작성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1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사람도 미리 써둘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달리 말기·임종기 환자만 작성할 수 있어 대상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설명을 하기가 어렵고 또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 가족들이 여전히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초 말기·임종기 환자뿐만 아니라 수개월 내 임종 과정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게 대상자를 넓히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암 진단을 받을 때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또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 행위에 승압제(혈압을 올리는 약)나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등을 추가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다.
월간암(癌)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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