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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과 장내 미생물
고정혁 기자 입력 2017년 05월 31일 10:28분16,965 읽음
임종갑 | 농학박사 물리치료사. 힐링스쿨 원장
유옥란 | 간호사. 치유식 요리강사


장 건강은 전신건강의 척도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All disease begins in the gut)고 가르쳤다. 생물학의 거성인 메치니코프 역시 “죽음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설파했다. 켈로그 시리얼을 만든 천재의사 켈록(John H. Kellogg)은 대장치료에도 탁월한 전문가였는데 그 역시 “문명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90%는 위와 장의 기능저하에 의한 것이다”(90% of the diseases of civilization are due to improper functioning of the colon)고 강조했다.

장(gut,內腸)에는 1,000조개가 넘는 미생물들(microorganisms)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 종류가 2~3만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미생물들의 배열과 군집(microbiome, microbiota)은 건강유지의 조절자이자 장내 염증발생과 전신발병의 결정자들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현대의학은 장(腸)이 전신건강의 척도이며 장의 건강상태가 사람의 유전자와 생리작용,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 수명에까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위장관에는 5억 개의 신경세포(neuron)가 있는데 뇌 외에 이렇게 많은 뉴런이 신경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신경생리학자들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80~90%가 장의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의 절반 이상이 위장관에서 생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장과 뇌는 핫라인 소통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금년 2월, 미국 하버드의대면역생물학자들이 장의 박테리아와 면역시스템과의 대화(crosstalk)를 모니터링하면서 개별 박테리아들과 전체 면역 세포들과 장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즉 장내 박테리아가 면역시스템의 광범위한 영역과 장에서의 모든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미생물들을 분류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런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뇌독(腦毒), 혈독(血毒), 장독(腸毒) - ‘3B 독(毒)’이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주요요인이라고 생각하며 뇌 건강관리, 피 건강관리, 장 건강관리가 유기적 관계로 이루어져야 전신의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인체면역세포의 70%가 장점막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듯이 장은 가장 큰 면역기관이자 인체생리의 구심점으로서 ‘몸 안의 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내 미생물군에 있어서 유익균은 다양한 생리작용을 담당하여 영양소 흡수와 활용, 몸의 해독, 염증, 면역기능, 효소와 비타민합성, 신진대사, 성욕, 신경전달물질, 정서조절 등 광범위하면서도 필요 불가결한 일에 관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미생물(박테리아)의 불균형은 장의 염증뿐 아니라 만성피로, 변비와 설사, 감기, 천식, 내분비기능, 알레르기성 질환, 치과질환, 비만, 당뇨, 고혈압, 두통, 치매, 불면증, 자가면역질환, 암의 발병에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심지어 우울증과 불안, 주의력결핍, 행동장애, 자폐증, 치매발생 등 정신질환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장은 제2의 뇌라고 할 만큼 뇌기능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뇌가 장을 지배하고 기능을 조절하는 일은 절대적인 사실이지만 장의 기능과 상태 역시 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뇌건강과 뇌관련 질환이 장의 건강상태에 좌우된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활성화시킴으로써 뇌기능과 뇌화학물질, 신경전달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장이 편하면 뇌(마음)가 편하다는 것은 상식이자 진리이다. 150여 년 전 영감의 글에 “위가 막히면 뇌가 막힌다.”(A clogged stomach means a clogged brain)(Food, 137)고 했다. 우리 집에서도 ‘위와 장이 편하면 뇌가 맑고 편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조해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식간에는 물 외에 일체의 간식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집중력과 심신의 안정으로 학업과 건강에 큰 덕을 보았다.

장 건강관리(Bowel Management)
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바른 생활습관을 영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안정은 생활환경과 생활방식 등 전방위(全方位) 요인에 기인하며 특히 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장의 생태환경과 건강상태를 좌우하는 최대인자이기 때문이다. 희망적이고 다행스러운 것은 이토록 중요한 장 건강과 장내미생물상태의 균형은 관리가 가능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을 바꾸고 노력하면 장내환경을 건강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식습관은 전체식(wholesome food), 균형식(balanced nutrition)을 하는 것이다. 통곡물, 콩류, 견과류, 씨앗류, 과일, 야채, 해조류, 버섯류, 허브와 나물 등 영양균형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자연 먹거리를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장내 미생물군을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보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장내 생태환경을 최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사람을 지으신 조물주의 창조섭리이며 생명유지의 순리이자 인체 작동 매뉴얼이다. 현미, 통밀, 등 통곡물(whole grains)을 발아해서 섭취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흰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면 쌀눈과 미강을 구해 매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콩 종류도 발아해서 두유, 소스가루 등 다용도로 활용하고 청국장과 나또, 김치와 같은 천연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음식을 적절히 섭취하여 유익균을 증가하고 활성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종류의 제철 과일과 잎채소, 줄기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 등 야채를 매일 골고루 섭취하기를 제안한다. 이런 자연식물은 장내세균의 균형유지와 활성화에 매우 유익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일과 채소는 함께 섭취하는 것보다 과일을 식전 최소 30분 정도까지 먹고 난 후 채소류는 정식 식사에 곁들여 먹는 것이 장내발효 및 산과 가스 발생을 낮추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강황, 생강, 마늘 등을 양념으로 적절히 사용하되 화학조미료 대신 버섯과 다시마 등 해조류를 활용한다. 특히 청국장, 낫토, 무젓갈 항암김치 등 좋은 유산균 발효음식을 섭취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청국장과 낫토에는 장에 유익한 각종 영양과 유익균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장을 살리는 탁월한 식물(食物)로 평가하고 싶다.

육류섭취는 장내 체류시간과 소화과정에서 단백질을 부패시켜 독소와 유해가스를 발생하고 유해균을 증가시키므로 콩과 견과에서 양질의 단백질을, 천연지방은 찐 참깨와 들깨,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등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배합사료의 문제와 AI, 구제역 등 동물의 괴질이 만연하고 더 나아가 동물의 유전자조작으로 심각성이 대두되는 시대인 만큼 근본적인 접근, 사려 깊은 판단과 지혜가 요구된다. 인스턴트식품은 GMO 원료의 비율이 80~90%가 된다고 추정하는데 이런 불량한 먹거리는 장과 혈액을 독화시키고 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은 먹이사슬(food chain) 구조에서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독소를 다량으로 축적할 수밖에 없다. 육류와 유제품, 생선에 함유된 항생제, 호르몬, 살충제, 제초제, 염소, 각종 화학물질 등 독소가 체지방에 축적됨으로써 질병의 원인이 된다.

과식, 야식, 간식, 불규칙한 식사를 하지 않고 천천히 잘 씹어 먹는 습관을 형성한다. 저녁식사를 단순하게 함으로써 위와 장에 휴식을 주고 변비해소와 숙변제거를 위해 주기적으로 단기간 금식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장에 쌓여있는 노폐물은 장을 오염시키고 혈액을 통하여 전신을 더럽힌다. 이런 ‘자가중독(autointoxication)’은 위장관에서 발생하는 독성상태가 원인이 된다. 장기능 약화, 변비, 숙변 등으로 장에서 생성된 유독성 화학물질(독소)이 전신에 퍼져 뇌기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생리현상이다. 장을 건강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질병의 고통에서 몸을 지키는 지름길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이다. 장에서 시작된 질병의 뿌리가 다른 장기와 조직에 반사적으로 영향을 미쳐 질병의 도미노현상과 만성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식생활과 더불어 충분한 수분섭취는 필수적이다. 습관화된 만성수분부족은 변비와 숙변을 만드는 근본원인이다. 또한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습관이 중요하다. 식사 후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햇빛 아래서 가벼운 산책을 하면 장기능과 소화에 도움이 된다. 햇빛을 통해 장내 유익균이 비타민 D와 상호작용하여 장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편안한 수면과 휴식의 확보도 중요하며 특히 스트레스와 긴장을 다스릴 수 있는 정신적 안정, 마음의 건강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섬유질 섭취로 장 건강을!
장내생태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을 섭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장내 유익균을 다양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내 유익균이 다양해지면 장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지고 대사기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당뇨나 대장질환은 물론 비만의 위험도 줄어든다. 가공을 최소화하고 복잡하고 힘든 조리과정을 줄이고 가능하면 전체식으로, 즉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를 통해서 다양하고 균형잡힌 상태의 영양섭취와 충분한 식이섬유의 섭취는 그 자체가 약이 되고 배독이 되므로 장을 살리고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확신한다.

육류가 없으면 다양하고 충분한 채소를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힐링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탄성을 발하며 쌈밥을 즐기는 영양쌈장을 소개한다. 이 쌈장은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탁월해서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양을 각종 야채류와 함께 섭취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응용하기를 제안한다.
월간암(癌)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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