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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생각할 것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6년 09월 27일 14:01분5,887 읽음
이른 아침 출근길. 수많은 벌레들도 땅에서 총총걸음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매미 한 마리가 생을 다하고 보도블록 위에 쓰러져 있고 개미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매미를 옮깁니다. 행여 개미들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스레 걷습니다.

외계인이 와서 이런 광경을 보면 지구에서 가장 진화된 생물은 개미나 곤충이라고 여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곤충들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생존을 위한 행동에 투자합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협동하여 매미를 자신들의 저장고로 옮기고, 가끔 동네 꼬마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짓궂게 그런 광경을 보고 훼방을 놓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핵폭탄이 터진 것이며, 사람의 입장에서 그냥 심심해서 장난을 친 것일 뿐입니다. 사람만이 그런 장난을 칠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미의 감탄스런 행진을 보았을 때 짓궂은 마음이 생깁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야만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하여 옮고 그름을 판단하여 참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개미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욕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어떤 것은 의식적이지만 개미 행렬처럼 우연히 욕구가 생기기도 하며, 습관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가령 담배나 마약에 중독 된 사람은 끊임없이 그에 대한 욕구를 마음속에 담고 있고 운동 맛을 아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고, 물건을 사고 싶고, 좋은 핸드폰을 갖고 싶고 등등 사람은 욕구의 노예라고 할 정도로 시시 때때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개미는 그저 묵묵히 일을 하지만 사람은 묵묵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듯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멋대로 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개미가 아닌 사람을 밟게 된다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며 담배 중독을 넘어서 마약에 중독된다면 병원이라고 불리는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현재의 욕구를 잘 돌보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자신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욕구를 다스려야 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됩니다. 어떤 사람은 게임에 중독되어서 머릿속에는 잠자는 시간 외에 온통 게임 생각으로 실제로 식음을 전폐하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활자 중독이 되어서 마찬가지로 책만 봅니다. 누군가는 담배에 중독되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지만 어떤 사람은 신선한 공기에 중독되어 일찍 일어나서 뒷동산에 오릅니다.

나에게 유익한 욕구가 무엇인지는 몇 가지 예를 들어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든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위험에 처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뒷동산을 넘어서 북한산으로, 그리고 백두산을 넘어서 히말라야까지 간다면 산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매우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 일을 했을 때 내게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암을 진단 받기 전에 내가 즐겨 했던 모든 일을 점검해야 됩니다. 그 일들이 나에게 유익했는지 아닌지 점검하는 작업에서 부터 투병의 출발점이 시작될 때 다시 건강하고 활력 있는 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인내하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세월 내가 즐겨왔던 일을 다시는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즐기던 일들은 추억이 되어 버립니다. 이른 아침 홀로 깨어나 주황빛 하늘을 바라보며 피웠던 담배 한 모금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재미없고 낙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술과 담배를 멀리한 채로 사는 생활도 재미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 더 큰 재미를 찾을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술을 먹고 싶은 데 참는 것과 책을 읽고 싶은데 참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그 일을 생각하면서 즐거움보다는 스스로에게 유익하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가를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투병 생활이 좀 더 명확해지고 과거에 몰랐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암은 뜨거운 것을 싫어한다는데 뜨거운 열기로 내 몸에 있는 암세포까지도 태워버리는 여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월간암(癌)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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