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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의 중요성
임정예 기자 입력 2016년 09월 09일 14:58분12,123 읽음
문창원 | 고려대학교 의학대학교 졸업 뉴욕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역임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장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장, 그중에서도 특히 소장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심장, 폐 등의 장기는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될 너무 중요한 장기이지만, 장은 우리가 평생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중요한 장기이다.

우리는 식도, 위, 소장, 대장을 통틀어서 소화기관이라고 칭한다. 음식물의 소화와 관련이 있어서다.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하고, 흡수하고,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는 소장의 역할은 소화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역할로 단순하게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더 광범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우리 몸의 중요한 면역 기관으로서 그리고 우리 마음이나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그 중요성을 각광받고 있다.

장은 최대의 면역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에 체내 면역세포의 70%가 집중되어 있다. 소장 면역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소장 곳곳에 존재하는 Peyer’s patch(페이어 패치)로 불리는 임파절이다. Peyer’s patch(페이어 패치)는 소장의 융모세포 아래에 존재하는데 영양분과 함께 흡수된 여러 가지 미생물, 알레르기 유발 항원, 각종 독소를 걸러내는 여과기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 B세포, T세포, M세포, 대식세포 등이 관여한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린다. 우리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신경전달을 원활하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기며 각종 신경계통의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션(Michael Gershon)은 ‘장내 미생물이 세로토닌 생성에 필요한 유전자 활성 조절’이라는 논문을 통해 행복의 감정을 유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하였다.

이렇듯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뛰어 넘어 우리 몸의 전체적인 건강 밸런스를 유지시켜 주는 중추적인 기관으로 인식되어진다. 사실 태아가 모체의 뱃속에서 성장하는 시기, 즉 태생학적으로는 인체의 모든 장기가 전장, 중장, 후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하나의 장기로부터 만들어진다. 폐, 심장, 간, 비장, 췌장, 위, 소장, 대장 등 거의 모든 장기의 모체는 장관이다. 장이 나쁘면 심장, 폐, 간 등 거의 모든 장기가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은 이미 태생학적으로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는 무균 상태에서 10개월을 보낸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면 그 순간부터 아기는 외부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에 노출된다. 아기의 입과 코를 통해 들어간 세균은 급속도로 위장관과 호흡기관으로 퍼져나간다. 출생 후 3일째가 되면 노출된 부위에 모든 세균이 자리 잡는다. 이 세균들이 그 사람과 평생 동안 살게되는 세균의 집을 만든다. 이를 정상 세균총이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생후 3일 안에 모두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속, 코 점막, 기관지, 위장, 소장, 대장 속에는 그 환경에 가장 적합한 세균들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살고 있다.

세균은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몸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간혹 항생제 치료를 오래한 어린 아이의 입속에 하얀 백태가 끼는 것이나, 여자의 질 속에 하얀 분비물을 동반한 가려운 염증이 생기는 것은 입이나 질 속에 있는 정상 세균들이 죽으며 곰팡이에 의한 염증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대장 속에 살고 있는 enterococcus(엔테로코커스 장내구균)라는 세균은 대장 내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위치 이동을 하여 방광 속으로 들어가면 심한 방광염을 일으킨다. 이렇듯 많은 세균들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를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우리 몸의 소장, 대장 내에 살고 있는 세균들은 모두 100~200조 마리 정도 되는데, 그 무게를 모두 합치면 1kg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이 장내 세균들을 분류하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유익균, 해를 끼치는 유해균,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균이 있다. 유산균,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은 우리 몸에 많은 이로운 일을 한다. 효소와 비타민을 합성하고, 소화와 흡수를 보조하며, 각종 면역체를 생성해 감염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반면 웰슈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은 유해균으로서 많은 해로운 일을 하는데, 장내 환경을 부패시키고 독가스를 발생시킨다. 암모니아, 페놀, 인돌, 유화수소 등의 독소는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유해균은 또 발암성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유해균을 줄이고 유익균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단백, 고지방 위주의 서구화된 음식이나 인스턴트 가공 식품 등은 유해균을 늘린다.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그리고 항생제나 진통제의 남용도 유해균을 늘린다. 어떻게 하면 유익균을 늘려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의 지혜로운 선조들은 많은 종류의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청국장이다. 청국장, 요구르트, 나토 등의 천연 발효식품은 유익균을 늘린다.

식이섬유와 올리고당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당근, 무, 양배추, 시금치, 양파, 브로콜리, 부추 등의 각종 채소류, 연근, 우엉 같은 뿌리식물, 그리고 사과, 토마토, 감, 오디, 블루베리, 키위 등 각종 과일은 유익균을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등 다섯 가지 이상의 알록달록한 색깔의 음식이 갖추어진 밥상은 우리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월간암(癌)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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