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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성(Homeostasis)과 저열량식
장지혁 기자 입력 2016년 06월 24일 13:45분14,723 읽음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역임,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우리 몸은 어떤 환경에서든 체온, 혈압, 혈당, 체액의 산도(pH)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든 무더운 날씨이든 체온은 항상 36.5도를 유지하고, 혈압이나 혈당, 산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중금속에 노출되더라도 급성기에는 혈중 중금속 수치가 높게 나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혈중 중금속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중금속은 한번 체내로 들어오면 수년 또는 수십 년간 배출되지 않지만 혈중 중금속을 모두 조직 안으로 밀어 넣고 혈액은 일정한 성질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하며, 항상성을 잘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다.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여러 연구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소식, 즉 저열량식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대부분의 질병을 염증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암도 염증이며, 성인병도 염증이라는 것이다. 이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항상성이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첩경은 저열량식이다.

한때 서점가를 강타했던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南雲吉則)의 《1일 1식》이라는 책이 있다. 하루 중 한 끼만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다. 이후 1일 1식을 실천하는 모임과 인터넷 카페까지 생겼다.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을 두고 ‘삼식이, 이식씨, 일식님’이라고 부르는 오래전 유머가 있다. 집에서 하는 식사 횟수에 따라 하루 세 끼를 먹으면 ‘삼식이’, 두 끼를 먹으면 ‘이식씨’, 한 끼를 먹으면 ‘일식님’, 그리고 세 끼를 먹고 간식과 야식까지도 챙겨먹으면 ‘잡식놈’이라는 우스갯소리다. 그렇다면 1일 1식을 하면 건강도 챙기고 아내의 사랑도 받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1일 1식》은 10여 년간 1일 1식을 실천한 저자가 자신의 체험과 의학적 근거로 썼다. 실제 56세인 그의 혈관 나이가 23세일 정도로 매끈하고 건강한 피부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 바로 1일 1식이라는 것이다. 

근거로 그는 시르투인(Sirtuin) 유전자에 대해 설명했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세포의 소멸을 막아주는 단백질인데, 적포도주 속의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시르투인 유전자를 자극하기 때문에 적포도주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발표로 한동안 ‘포도주 열풍’을 몰고 왔던 물질이다. 2004년 하버드대학 의대 하임 코언 박사는 시르투인 유전자가 굶을 때 자극을 받는다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나구모 요시노리도 배에서 꼬르록 소리가 날 때 시르투인 유전자가 활성화되므로 굶을수록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의학계의 상식이다. 장수 마을의 공통점은 소식을 한다. 과식을 하면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결함이 있는 세포의 세포사에 관여하고 세포 내 에너지 생산에도 관여하지만, 과잉 생산될 경우에는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킨다. 소식을 하면 그만큼 활성산소가 생성될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세포가 손상될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1일 1식에 따른 문제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폭식 가능성이 높다. 폭식은 위장이나 소화기능에도 부담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이나 노화방지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고도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 중에는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폭식하는 사람이 많다. 비만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끼니의 숫자 때문이 아니라 너무 고열량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식단과 양의 문제이지 식사 횟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는가 하는 논쟁은 ‘아침밥을 먹는 게 좋은가, 안 먹는 게 좋은가’ 하는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아침식사를 하지 말자는 이론도 있지만 아침밥을 먹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 중에 비만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굶주리면 ‘비상사태’로 인식하여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몸을 바꾸어 기초대사량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약간이라도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비축해두려는 기전이 발동된다. 그리고 ‘식욕촉진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면서 먹고 싶은 본능이 용솟음친다. 본능과 이성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성이 우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본능이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을 빼기 위해 단식하거나 절식한 사람들 중 99%가 요요현상이 일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1일 1식》과는 정반대가 되는 《1일 5식》에서는 하루에 일정한 간격으로 다섯 번의 식사를 하면서 매끼 평소 양의 3분의 1만 먹으라고 한다. 그러면 다섯 번 먹더라도 하루 종일 섭취하는 열량은 평소 양의 반이 약간 넘으니 결국은 저열량식과 같은 개념인 것이다. 1일 1식이나 1일 5식 같은 극단적인 식사법보다는 매끼를 규칙적으로 챙기며 채소 위주의 저칼로리 식사를 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저열량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들은 세포막의 강화, 미토콘드리아 보전, 산화 스트레스 감소, 항산화력 강화, 유전인자 정상발현, 염증요소 조절,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억제, 
호르몬대사 조절, 해독과정 촉진, 비만 억제, 면역기능 강화, 항암작용, 인지력 감소 억제, 심장병 억제, 신장병 억제, 수명 연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저열량식을 하면서 적절한 운동과 함께 하면 면역력을 강화되고 항상성이 잘 유지되면서 건강해진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은 저열량식을 하려 애쓰지 말고 뭐든 잘 먹도록 해야 한다. 항암제는 매우 독성이 강해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면역상태는 물론 영양상태도 현저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수술 직후의 환자들도 신속한 회복을 위해 고열량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건강한 사람은 물론 암 환자들도 평소에 저열량식을 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저열량식으로 항상성 유지는 물론이고 면역력도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열량식이라는 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열량을 줄이라는 것이다. 고기나 생선보다는 식물식이 바람직하다. 특히 도정된 곡식보다 통곡류와 잡곡이 좋으며, 가능하면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먹는 것이 가공을 많이 한 것보다 낫다. 양념류도 기름보다 향신료로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패스트푸드는 대부분 도정이 많이 된 곡식과 고기와 생선을 주재료로 하고 설탕이나 기름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고열량식이라고 분류할 수 있으며, 한식과 채소류는 대부분 저열량식이다.

같은 채소로 요리하더라도 기름으로 튀기는 것 보다는 삶거나 데쳐 먹는 것을 추천한다. 드레싱도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같이 마요네즈가 들어간 것보다 이탈리언 드레싱이 좋고, 발사믹 식초나 소금을 이용한 드레싱이 바람직하다.

고기를 먹는 경우 비계 부분은 피하고 가급적 흰 살 부분을 먹는 것을 추천하며, 생선도 흰살 생선을 추천한다. 오늘의 주제는 아니지만 고기나 생선을 굽게 되면 벤조피렌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생성되므로 피해야 한다.
월간암(癌)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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