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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담은 시골밥상 - 자매들의 이야기
김진하 기자 입력 2015년 02월 28일 21:28분3,294 읽음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情 담은 시골밥상


방학이 되면 외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외사촌들이 우리 집을 찾곤 했는데 그래봐야 몇 년 만에 한두 번 볼까말까 한 사이라 대면의 첫 모습은 늘 어색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라 짧은 시간만 지나도 곧 어울려 놀기 마련이지만 스스럼없이 지내고 정이 들 만하면 돌아가야 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어른들이 동행해야만 가능한 어린나이에는 그마저도 시간 내기 힘든 어른들로 인해 쉽지 않던 것이 큰 아이들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방학을 이용해 혼자 계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오던 것인데 외사촌 간의 낯선 모습이 아쉬워 인사하라며 등 떠미는 엄마의 맘과는 달리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다가 이모들이 들려 보낸 선물이 하나씩 가방에서 꺼내지면 슬그머니 다가가곤 했었다.


네 자매 중 막내인 엄마가 그나마 외할머니 댁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큰 이모는 우리보다는 조금 멀지만 같은 진도에 계셨기 때문에 비교적 자주 보는 사이였다. 둘째 이모와 셋째 이모는 다른 대도시에 계셨고 그 때만 해도 친가는 명절이다 제사다 멀리 떨어진 가족들도 꽤 자주 만났지만 외가는 좀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기에 외사촌들과도 친해질 만큼 자주 보기는 어려웠었다.


멀리서 온 외사촌들은 어린아이 눈에도 뭔가 도시적인 느낌이 들었던 모양인지 부럽기도 했었는데 엄마가 막내이다 보니 동생보다는 언니, 오빠들이 대부분이라 공부도 가르쳐주고 잘 놀아주고 챙김을 많이 받았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모나 이모부가 동행하기도 했고 언젠가 한번은 네 자매가 한꺼번에 모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시간을 맞추었었던 모양이다. 우리 집에 모인 네 자매가 함께 외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것을 내가 기어이 쫒아갔고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었던 나는 참으로 심심했지만 둘러앉은 외할머니와 네 자매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웃다가 울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웃기도 하는 의아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들도 없이 시집보낸 딸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명절도 혼자 보내야했던 외할머니는 사느라 바빠 몇 년에 한번 내려오기도 힘든 딸들이 시집에 눈치가 보일까, 오고가며 시간과 돈을 버릴까 오지마라 괜찮다 했을 것이고 그 마음을 알면서도 자주 뵙지 못하던 딸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큰 맘 먹고 시간을 맞춰 네 딸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런 마음을 알기엔 내가 너무 어렸었다. 그때는 그 모습이 너무 이상했고 "엄마 왜 울어?", "외할머니 왜 웃다가 울다가 해?", "이모도 울어?" 철없이 종알종알 댔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와 딸들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린 시절을 함께, 더구나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자란 자매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마주앉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귀했을까.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던 마음들은 오죽했을까.


언니와 내가 툭하면 싸우고 토라질 때마다 엄마는 니들이 그렇게 함께 지낼 시간도 많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서로 힘이 될 사람은 형제뿐이고 더구나 자매지간은 더 귀한 사이라고도 하셨다. 성격이 참 다르고 사소한 것에도 많이 부딪혔던 언니와 나는 서로 안보고 살면 좋을 것 같다고 했었고 엄마 때와는 다르게 결혼 후에도 근처에 살면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지만 귀한 자매지간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엄마와 딸은 친구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 엄마보다는 언니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고 나보다 약하고 여리게만 느꼈던 언니인데 뭔가를 결정하거나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때는 물론이고 사소한 수다거리도 늘어놓게 된다. 부모님에 대한 문제나 개인적인 이야기들, 친구한테 하지 못하는 말들도 언니한테는 편하게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자매가 있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이모들이 어린 나를 보던 눈빛을 지금의 나도 언니의 아이들을 보면서 하는 것이겠지. 이모들의 마음이 조카들을 대할 때 나의 마음과 같은 것이겠지. 언니를 대하고 동생을 대하는 네 자매의 마음이 나와 내 언니의 마음과 같은 것이겠지.


가끔 남동생은 언니와 나 사이를 질투한다. 둘이서 속닥거리고 있으면 와서 무슨 얘기하느냐고 자기도 끼워달라고 하거나 둘이 또 뭘 하느냐며 팩 토라지기도 한다. 언니와 나도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았지? 하며 웃고 셋이나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다고 내가 아들이었으면 둘에서 그쳤을 거라던 엄마도 자매를 만들어 준 것이 참 다행이라 하신다.


오래 전, 엄마와 네 자매가 한 자리에 둘러앉았던 그 귀한 시간을 떠올리면서 오늘 엄마와 두 자매가 함께 시골밥상에 둘러앉아 봐야겠다.


굴무밥



[재료 및 분량]

- 멥쌀 1½C, 굴 250g, 소금 ½t, 무 ¼개, 밥물 2½C

- 비빔양념장 : 간장 2T, 다진 파 ½T, 다진 마늘 1t, 깨소금 1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청고추 ⅔개, 홍고추 ½개


[만드는 법]

1. 멥쌀은 깨끗하게 씻어 30분 정도 불린 다음 물기를 뺀다.

2. 굴은 소금물에 살살 씻은 다음 물기를 뺀다.

3. 무는 다듬어 씻은 다음 채 썬다.

4. 냄비에 무를 깔고 멥쌀을 넣고 물을 부어 센불에서 4분 정도 올려 끓으면 굴을 넣고 중불로 낮추어 3분 정도 더 끓인 다음 약불로 낮추어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Tip : 굴은 처음부터 넣고 밥을 하면 밥의 색이 검고 굴이 단단해지므로 중간에 넣는다.


시래기나물



[재료 및 분량]

- 삶은 시래기 180g, 멸치 6g, 식용유 1T

- 양념장 : 물 ½C, 다진 마늘 1t, 들깨가루 2T, 소금 ½t, 들기름 1T,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삶은 시래기는 물에 헹궈 3시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살짝 짜서 먹기 좋게 자른다.

2.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떼고 준비한다.

3. 냄비를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시래기와 멸치를 넣은 후 살짝 볶다가 양념장을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익힌다.

4. 들기름과 통깨를 넣고 살짝 더 볶는다.


Tip : 삶은 시래기는 물에 담가 쓴맛을 뺀 후에 사용한다.


도라지오이무침



[재료 및 분량]

- 도라지 180g, 오이 2개, 굵은 소금 2T

- 양념장 : 고춧가루 2T, 식초 1T, 매실액 1T, 설탕 1T, 소금 1t,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통깨 조금


[만드는 법]

1. 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가늘게 찢은 후 굵은 소금으로 바락바락 주무르고 물에 헹궈 꼭 짠다.

2. 오이는 반을 갈라 어슷하게 썬다.

3. 양념장을 만들어 도라지와 오이와 함께 무쳐준다.


Tip : 도라지는 소금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쓴맛을 제거한다.

월간암(癌)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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