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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지구에서 살던 시절
김진하 기자 입력 2014년 01월 29일 15:29분388,427 읽음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편평한 사각형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고 이야기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습니다. 지구가 네모라는 생각은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먼 바다를 나가면 지구의 아래로 떨어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동화 같은 세상에서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오래 전 책들을 보면 사람의 수명이 지금보다 매우 길었다고 합니다. 가령 성경책에 등장하는 노아는 500살 때에 방주 건설을 시작하였고 600살이 되어서야 방주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또 아브라함이 그의 자식 이삭을 낳은 때는 백 살이 넘어서입니다. 아마도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백 살은 거뜬히 넘게들 사셨나 봅니다. 그 시대에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오래 사는 일은 커다란 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이런 동화 같은 시대의 이야기들을 모두 거짓으로 만들었고 과학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생각들을 우리에게 심었습니다. 지금은 지구가 둥글고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으며, 인간의 수명이 백 살 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며 달과 별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움직이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옛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면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며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점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무협소설 속에 등장하는 축지법이나 장풍, 무림의 고수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곤 합니다. 서울 광화문에 가면 이순신 동상이 있는데 그 분께서 차고 있는 칼을 보면 몸집에 비해서 무척 크고 무거워 보입니다. 그렇게 무거운 칼을 들고 적과 싸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합니다. 더구나 동상을 자세히 보면 이순신 장군은 왼손잡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듭니다. 칼의 위치가 오른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삼국지라는 소설을 보면 유비나 관우, 장비 등 책속의 인물들이 말을 타고 무술을 하는 장면이 설명되어 있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몇 백 년 전, 혹은 몇 천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의 힘이나 의식의 수준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몇 천 년 동안을 줄곧 지구의 모양이 네모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급변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우리는 누구나 주머니에 전화기를 하나씩 갖고 있으며, 전화기는 그 역할을 더욱 넓혀서 컴퓨터보다 더욱 진보하고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도 목적지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으며, 듣고 싶은 음악, 보고 싶은 영화를 언제든지 즉석에서 듣거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행갈 필요도 없이 핸드폰으로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외로울 때면 친구들과, 또는 친구 대신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과학이 이뤄낸 사소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는 우주가 처음 생성될 때의 상황을 실험하기 위해서 2008년 스위스 제네바에 지하 27Km 아래 거대한 실험실을 만들었습니다. 이 실험실의 이름은 대형강입자충돌혈가속기입니다. 이름도 어려운 이 실험실에서 하고자 했던 일은 우주가 처음 생성될 때, 즉 빅뱅이론을 현실에서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우주 생성 당시에 만들어졌던 힉스입자(Higgs boson)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인간은 우주를 창조할 만큼 위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뉴밀레니엄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10여 년이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당시 다가오는 새 천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 반, 기대감 반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천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지구에 있는 핵폭탄이 모두 터져서 인류가 멸망한다는 둥, 또 어떤 종교에서는 우리의 나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종말에 대비해야 한다는 둥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뉴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벌써 13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그 사람들이 걱정하던 일은 단 한 가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사람에게 평범한 하루가 어제도 오늘도 이어질 뿐입니다.

과학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내가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하루의 삶에 감사하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한 장뿐인 달력을 보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지만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듭니다.

최근 개봉한 그래비티(Gravity)라는 영화는 대기권 밖 우주에서 홀로 미아가 된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막막한 우주 공간에서 홀로 남겨진 주인공은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에 죽을 결심을 하는 순간 생의 불씨를 다시 피워올립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 봤자 반겨줄 가족도 없고, 어린 딸이 있었지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절망 속에서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자신의 삶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 떨어져서 땅위로 올라 왔을 때 처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땡큐!”

다가오는 한해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상황은 나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고 답답하리만큼 정체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도 좋은 결과를 미리 보장받고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충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결과에 절망하기보다는 행복한 현재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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